광화문에 세종대왕·이순신 동상 외에 또? 정도전 동상도 거론된 적
2010년 서울은 디자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길을 가다 눈에 띄는 건물이나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소, 있는듯 없는 듯한 맨홀 뚜껑, 서울의 상징 해치 등 경험하는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권영걸 교수
오 시장은 이를 위해 취임 1년후 초대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으로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지낸 권영걸 교수를 영입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하고 적용한 첫 사례다. 디자이너가 부시장급으로 근무한 것도 대단한 파격이었다.
이후 2년간 ‘양적 풍성함’에서 ‘질적으로 훌륭한’ 도시로, ‘격이 있는 도시’ 서울로 거듭나는 과정의 중심에는 권 교수가 있었다. 그는 지난 2년간의 활동을 정리해 최근 ‘서울을 디자인한다’는 책을 냈다. 오 시장의 강연 제목과 같은 이 책을 통해 서울이 디자인의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 책에서 ‘디자인 서울’이 지향하는 22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하면서 서울의 역사성,인간 중심,자연과의 조화에 우선 순위를 뒀다. 공공 디자인은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말로 이런 원칙을 부연하고 있다.
다시 서울대 미대로 복귀한 그는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21세기는 도시간에 경쟁하는 시대로, 그 경쟁력은 디자인에 있다.”면서 “서울을 디자인을 통해 자연친화적이고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켜 매력있고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저간의 얘기를 풀었다.
그는 ▲디자인서울 거리 ▲야간경관 조명계획 ▲옥외 광고물 정비 및 개선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조성 등 많은 사업을 진두지휘했다.권 교수는 지금도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당시에는 “서울을 바꿀 창조적 도시혁신사업에 해외 사례를 수없이 연구·시찰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적용하면서 서울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무엇보다도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이 필요했다.”면서 “서울 종합상징 체계를 구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리하면 에펠탑, 뉴욕하면 자유의 여신상이 떠오르듯 서울도 세계 속에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서울의 상징 ‘해치’가 태어났고, 서울색과 서울 서체 등이 개발됐다.
장충자락 남산르네상스 프로젝트 개선전(왼쪽) 개선후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반포구 간판디자인 개선전(왼쪽) 개선후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맨홀 뚜껑 개선전(왼쪽) 개선후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대학로 디자인서울거리 개선전(왼쪽) 개선후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책 ‘서울을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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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새 명소인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 이야기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2009년 8월 광화문 광장이 시민의 품에 안기고 10월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다. ‘이야기가 있는 서울’에 무게를 싣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까지 많은 논란이 오갔다. 세종대왕 동상이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 위치하게 되면서 군왕이 신하의 뒤를 볼 수 없다는 주장, 임금을 비바람이 몰아치는 광장에 두면 안 된다는 주장, 이순신 장군 동상을 옆쪽으로 옮기고 무신(武臣)이 아닌 문신(文臣) 중 정도전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정도전은 조선시대의 개국 공신으로,육조거리(광화문거리 양쪽)를 포함한 도읍 한양의 틀을 짠 주역이다.
이처럼 많은 논쟁이 오간 끝에 현재의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 광장이 완성됐다. 이는 세종로 일대의 문예를 부흥시키기 위한 기틀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을 중심으로 정동극장·서울시립미술관·서울시립박물관·고궁 등 30여개의 문화예술기관이 모여 뉴욕의 브로드웨이 못지 않은 ‘시민의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 권 교수는 이같은 사업들이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도시디자인 기준인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공공 건축물,공공 시설물,공공 공간,공공시각 매체,옥외 광고물 5개 분야에 대한 지침으로 ‘디자인 서울로 가는 길’이 연속성·일관성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디자인은 결국 살기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을 기치로 자연을 섬기고 시민들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라 역설했다. 디자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말이다. 디자인은 사치란 생각, 디자인은 외형에만 치중한다는 생각들이 흔히 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