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성폭행·살해 파장] 신상공개도 전자발찌도 김길태는 비켜갔다

[여중생 성폭행·살해 파장] 신상공개도 전자발찌도 김길태는 비켜갔다

입력 2010-03-09 00:00
업데이트 2010-03-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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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성범죄자 관리

부산 덕포동에서 이모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씨는 성범죄자 관리·감독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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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산 감전동 부산전문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이양의 유족이 하염없이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8일 부산 감전동 부산전문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이양의 유족이 하염없이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김씨는 1997년 아동 성폭행, 2001년 30대 초반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각각 유죄를 받고 복역한 뒤 지난해 6월 출소했다. 또 지난 1월 부산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지명수배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재범률이 높은 상습 성범죄자의 전형인 셈이다. 하지만 김씨를 감시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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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 감시하는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은 김씨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김씨는 전자발찌법이 처음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범죄를 저질렀고, 가석방이 아닌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했기 때문이다.

또 아동·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김씨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김씨는 9세 아동에 대한 강간미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이는 1997년의 범행으로 아동·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가 시행된 2000년 7월 전이었다. 또 2001년 성폭행도 피해자가 당시 32세였기 때문에 신상정보 등록 및 열람대상에서 제외됐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보건복지가족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성범죄자 열람(www.sexoffender.go.kr) 등록 대상자도 아니었다.

이와 함께 김씨는 경찰의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출소 이후 우범자로 분류돼 있었지만 적극 감시의 대상은 아니었다. ‘첩보수집 대상자’가 아닌 ‘정보보관 대상자’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우범자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살인·방화·강도·절도·강간·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3회 이상 복역한 자에 대해서만 첩보수집 대상자로 분류해 2년 동안 첩보를 입수한다. 김씨는 폭력 등 전과가 모두 8건에 이르지만 강력범죄인 강간 전과만을 적용해 2범으로 정보보관 대상자로 분류됐다. 정보보관 대상자는 전산에 자료를 입력한 뒤 범죄가 발생하면 수사자료로만 활용할 뿐, 추가 자료 수집이나 수정 작업은 하지 않는다. 때문에 지난 1월 김씨가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해 경찰이 김씨를 지명수배했을 때 김씨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강간 전과 2범에 실형까지 살았던 김씨가 당국의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전자발찌법이나 신상정보공개 제도에 소급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률이 60%를 넘는다는 점에서 이들을 관리·감독하는데 소급효를 적용, 법 시행 이전에 범행을 저지르고 복역 중인 자들의 신상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이나 신상정보 공개가 범죄자에게 가하는 또 다른 형벌에 가깝다는 이유로 인권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자발찌법 시행 후 대상자의 재범률이 0.21%에 불과할 만큼 범죄 억제효과가 크고, ‘조두순 사건’ 등을 계기로 피해 아동이나 여성의 인권을 더욱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성범죄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자발찌 부착명령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기간 중 의무적으로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전자발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현재도 법원이 전자발찌 부착명령과 함께 별도의 명령으로 보호관찰을 받게 할 수 있지만, 법이 통과되면 별도의 명령없이 전자발찌 부착과 함께 자동으로 보호관찰 대상이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잔혹한 범죄의 발생 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성범죄를 막을 수 없다.”면서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다중적인 관리체계를 법무부, 경찰,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 관계 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효섭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03-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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