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왜 합의 실패했나

한미FTA 왜 합의 실패했나

입력 2010-11-11 00:00
업데이트 2010-11-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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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는 결국 ‘나쁜 합의를 하느니 합의를 안 하는 게 낫다(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는 말로 귀결됐다.

 이처럼 FTA 협의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타결하려던 양국의 노력이 실현되지 못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표면적으로 알려진 가장 큰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허용 문제.

 미국은 FTA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번 협의의 핵심 쟁점으로 자동차와 함께 쇠고기 문제를 꼽으며 두 가지 이슈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양국 간 협의가 시작되자 협상테이블에 쇠고기 관련 서류뭉치를 잔뜩 올려놓고 언제든지 쇠고기 문제를 거론할 태세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쇠고기 문제는 FTA와 별개”라면서 정식 의제를 삼을 것을 거부하면서 계속 쇠고기 문제에 대한 논의를 막았다.

 하지만 협의 막바지에 이르면서 미국은 쇠고기 문제를 다룰 것을 요구했고,한국 측은 “FTA를 안 하면 안 했지,쇠고기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강경한 방침으로 맞서 결국 절충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FTA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모두 쇠고기 탓으로 돌리기엔 이유가 충분치 못한 측면이 있다.

 한국 측이 애초부터 ‘쇠고기 협상 불가’ 입장을 밝혀 처음부터 절충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최근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급증에 고무된 미국 육류수출업자들조차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기보다는 FTA의 조기 발효를 미국 정부에 주문해왔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생산량 가운데 월령 30개월 미만이 90% 이상을 차지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10%도 안 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FTA의 운명을 걸 정도로 중대한 이슈는 아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자동차문제에서 한미 간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것이어서 내용에 대해서 밝힐 수는 없지만 (자동차에서도) 한미 간에 견해차가 컸던 게 사실”이라면서 “의견차가 좁혀졌더라면 타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양측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접근을 봤다고 하더라도 여러 문제가 서로 맞물려 있어서 완전히 타결될 때까지는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기 어려운 이슈들이 많다”고도 설명했다.

 미국 측은 이번 협의에서 양국 간 자동차 무역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한국의 연비.온실가스 등 배출기준 적용 완화,미국산 자동차의 자기인증 전면 인정,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Duty drawback) 상한선 도입,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유지 또는 스냅백(snap back.철폐관세환원제도) 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한국 정부가 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공식 확인해준 내용은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등 환경 규제 완화 중 소수 판매차량에 대해선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뿐이었다.

 따라서 나머지 쟁점에선 세부내용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거나 의견을 모았더라도 다른 사안과 연계해 ‘가합의’ 상태였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것 이외에 미국은 무역분쟁 해소 절차를 간소화하고 분쟁 시 증거인정 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긴급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 등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협상테이블에서 한미 간에 다룬 이슈의 스코프(Scope.범위)는 꽤 넓었다”면서 “언론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내용 중에도 중요한 이슈들이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측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더라도 기존에 체결된 FTA나 향후 체결될 FTA를 의식해야 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전언도 있다.

 이미 체결된 FTA에 대해 재논의하는 게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을뿐더러 한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상대국이 한미 FTA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규정이 반영될 경우 추후에 같은 수준이거나 더 유리한 내용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내용을 어떻게 협정문에 반영할 것이냐는 문제도 한미 간에 절충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재협상 논란을 우려해 ‘협정문에서 점 하나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은 강력한 구속력을 요구하며 협정문 본문이나 부속서를 고치거나 추가할 것을 완강히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모두 FTA 추가 협의를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논의해야 할 이슈는 많았음에도 양측이 본격적으로 이에 매달린 것은 3차례 고위급 비공식 접촉과 4일간의 실무 수준급 협의,3일간의 공식적인 통상장관 회의를 가진 게 고작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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