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방북 마치고 서울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평양으로 직접 초청했음에도 끝내 만나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측이 처음부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면담 불발은 인도주의적 지원 성격이 강한 방북단의 구성과 이 여사 방북을 두고 ‘개인 자격’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무엇보다 북측에 현실성 있는 ‘선물 보따리’를 가져다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지난 8일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환영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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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표단의 방북 목적이 영·유아, 노령자와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 등 인도적인 성격”이라며 “이는 김 제1위원장이 싫어하는 성격의 방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이 여사에 대해 최대한 예우를 갖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춰 볼 때 김 제1위원장 자신이 직접 초청한 이 여사를 홀대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6·15 공동선언 및 김정일과 관련 있다고 무조건 우대할 수 없고 현시대에 맞는 새판을 짜겠다는 김 제1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냉면 먹으러 줄서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에 동행한 사진작가 홍성규씨는 9일 냉면과 국수 등을 파는 평양의 맛집인 평남면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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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번호판 2층 버스 ‘평양의 8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에 동행한 사진작가 홍성규씨는 9일 ‘내 나라 제일로 좋아’라는 문구가 적힌 이층버스가 평양 시내를 달리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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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의 기대와 달리 북측은 이 여사의 방북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이행했을 뿐 애초 면담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실제 준비 단계부터 북측은 적극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와 김 제1위원장의 면담이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였지만 불발에 그쳐 향후 남북 관계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오는 10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5-08-10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