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숙청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했나

北, 장성택 숙청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했나

입력 2013-12-22 12:00
업데이트 2013-1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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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유일영도 10대 원칙’ 개정 내용 장성택 겨냥한 듯…5월부터 장성택 ‘김정은 수행’ 줄고, 최룡해가 특사 방중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6월 고위 간부들에게 ‘유일영도체계’ 확립에 대한 연설을 직접 했다는 점은 장성택 숙청작업이 올해 초부터 장기간에 걸쳐 준비돼온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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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인자 형장의 이슬로
北 2인자 형장의 이슬로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로서 김정은 체제의 2인자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보위부원들에게 목덜미와 양팔을 잡힌 채 포승줄에 묶인 상태로 법정에 서 있다. 장성택은 이날 재판에서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즉시 처형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당·정·군 고위간부들을 모아 새로 개정한 ‘당의 유일영도체계 10대 원칙’을 발표하는 연설을 하면서 선대 수령의 종파주의, 사대주의, 반당 수정주의와 투쟁을 강조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은 개정한 ‘유일영도체계 10대원칙’에 지난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비판했던 ‘양봉음위’ ‘동상이몽’ 등의 표현을 새로 추가했다.

낡은 사업방법의 예로 관료주의, 주관주의, 형식주의, 본위주의와 함께 세도주의를 추가한 것도 장성택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6월 이전부터 장성택에 대한 숙청준비를 치밀하게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이러한 원칙의 개정작업은 당 조직지도부와 군 총정치국이 주도하고, 당연히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장성택을 처형하는 근거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연설과 개정된 유일영도체계 10대원칙에 고스란히 담겼다”며 “이미 장성택을 제거할 준비를 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장성택은 작년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한 횟수가 106회에 달했지만 올해 9월말까지는 총 49회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5월부터는 정전기념일(7.27) 등 주요 정치적 기념일 제외하고는 체육시설 방문 등에만 수행을 했다.

장성택이 이미 올해 5월부터 김 제1위원장과 멀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일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장성택이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월 제3차 핵실험, 지난 4∼5월 개성공단 폐쇄과정에서 김 제1위원장의 재가를 받은 군부의 조치에 반대입장을 밝혀 충돌했고 이후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당시 장성택은 군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마찰을 빚었다는 후문이다.

대북 소식통은 “올 봄 고립된 장성택이 김경희 당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개성공단을 폐쇄해서는 안 된다는 건의를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노선의 갈등이 장성택의 처형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장성택에 대한 견제는 올 초부터 반(反)장성택 세력에 의해 진행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5월 친중인사로 분류되는 장성택을 제치고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김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예방해 친서를 전달한 것도 장성택 몰락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 총정치국장이 이미 이때부터 장성택을 밀어내려고 시도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장성택이 최룡해와 마찰을 간부들 사이의 일상적인 갈등으로 생각하고 방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 장성택 인사들의 점진적인 ‘장성택 힘빼기’ 작업이 주도면밀했던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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