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스포츠 열풍…김정일 ‘예술사랑’과 대조

김정은 시대 스포츠 열풍…김정일 ‘예술사랑’과 대조

입력 2013-09-11 00:00
업데이트 2013-09-1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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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예술 애호가, 김정은은 스포츠광’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김정일 시대에 각광받던 문화예술 대신 스포츠 열풍이 거세다.

최고지도자의 취향에 따라 북한 주민의 여가생활도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예술을 체제선전에 활용하면서 주민 속에 뿌리내리게 했다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스포츠를 통해 주민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체제 결속을 다지는 모양새다.

김정일 시대에는 한마디로 예술이 대세였다.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적 재능도 있었던 김 위원장은 예술을 통해 후계자의 기반을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3년 논문 ‘영화예술론’을 직접 발표할 정도로 영화광이었고 ‘꽃파는 처녀’ 등 영화와 연극, 가극도 예술인들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만들었다. 선율, 대사, 화면 하나까지 직접 챙긴 사실상의 연출자이자 제작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수대예술단과 백두산창작단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단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예술인 대우와 지위는 급상승했다. 예술인들은 빈번한 해외 공연과 나들이, 고급주택과 풍부한 생필품 등의 혜택을 입고 김 위원장의 고가 선물을 수시로 받아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더욱이 예술은 단순히 전문단체의 점유물이 아니었다. 북한의 모든 조직에 공연팀이 구성됐고 조직 간 경연도 치열해 예술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닥치는 대로 선발됐다.

김 위원장과 예술작품 창작을 같이했던 최익규(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리창선(전 당 대외연락부장) 등 예술계 인사들은 김정일 체제의 요직을 속속 꿰찼다.

이로 인해 1970년대까지만 해도 ‘딴따라’로 천시되던 예술인이 마침내 고위층도 선호하는 인기 직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친과 달리 예술보다 스포츠에 더 열정을 쏟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 자서전에서 10대 시절 김정은 제1위원장의 뛰어난 운동 실력과 유별난 농구 사랑을 전할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로 알려졌던 북한의 리명훈(234㎝) 등과 농구팀을 만들어 경기를 즐겼고 아버지에게 졸라 리명훈의 미 프로농구(NBA) 진출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군 체육단 농구선수 출신으로 김 제1위원장의 농구 개인교사였던 최부일은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거쳐 인민보안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스포츠 사랑은 그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 북한 전역에서 들썩이는 스포츠 열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작년 11월 김정은 체제의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당·정·군의 핵심인사들을 망라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발족했다. 스포츠가 국정의 중심에 우뚝 선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내세운 이른바 ‘사회주의 문명강국’ 건설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도 ‘체육강국’이다.

김 제1위원장은 국정을 챙기는 와중에서도 올해 들어서만 9차례, 한 달에 한번 꼴로 체육경기를 관람했다.

예술인들을 자주 만나던 부친과 달리 김 제1위원장은 국제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불러 격려하고 선물도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북한 최고의 축구해설가인 리동규를 곁에 앉히고 축구 경기를 관람했고 노동신문은 이를 크게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월과 이달 초 NBA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해 농구경기를 관람한 데 이어 3년간 올림픽 북한 농구대표팀의 훈련을 위임한 것도 그의 농구 사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 제1위원장은 강원도 마식령에 세계적 규모의 스키장을 건설토록 하고 완공 후 스키시범을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한 것도 스위스 유학시절 스키에 심취한 영향으로 보인다.

세계적 수준의 축구선수 양성을 위한 국제축구학교 건설과 스포츠 과학화, 체육시설 리모델링 등에 대한 국가적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전문 선수뿐 아니라 단위별로 체육경기가 수시로 열리고, 산책 공원에는 롤러스케이트장, 배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이 들어서면서 일반 주민들이 스포츠를 생활화할 수 있는 체육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매체들은 스포츠 코너를 따로 만들어 국제 및 국내 경기들을 매일 비중 있게 중계하면서 스포츠 붐에 한몫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비정치분야인 스포츠에 신경을 쓰는 것은 민심을 사로잡고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도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개인적 취향이 주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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