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의주홍수 신속보도 ‘中 압박카드?’

北, 신의주홍수 신속보도 ‘中 압박카드?’

입력 2010-08-28 00:00
업데이트 2010-08-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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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6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북한이 최근 신의주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한 배경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중 기간 수해 원조를 위한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대중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

 북한은 압록강이 범람한 지난 21일 당일 조선중앙통신 등 언론 매체를 동원,신의주와 의주 지역의 살림집과 농경지의 피해 사실을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보도한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주택 7천750여 가구가 침수되거나 파괴되고 7천200여 정보의 농경지가 피해를 봤다고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밝혔다.

 내부의 부정적 사안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 북한 매체의 관행상 실시간으로,침수된 가옥과 농경지 등을 찍은 피해 현장 사진과 동영상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한 북한 매체들의 이번 보도는 파격적인 것으로,대북 전문가들은 이를 ‘대외용’으로 분석했다.

 지난 7월 이후 홍수 피해가 잇따랐음에도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국제사회의 원조를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다 신의주 홍수 피해 일주일 만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북한이 신의주 홍수 피해를 대대적으로 공개한 목적이,특히 중국의 지원을 확실하게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측이 최근 압록강 수역 댐들의 수문을 일제히 여는 바람에 중국 쪽은 피해를 면했지만 신의주를 비롯한 북한이 참혹한 피해를 봤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 중국 지도부와 재해 원조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원 규모를 키워보려는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만강과 압록강 중간 지점을 국경으로 설정해놓은 북한과 중국은 수풍댐을 비롯해 압록강 유역의 크고 작은 댐들을 공동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부터 집중 호우가 계속돼 압록강 하류의 범람 가능성이 제기되자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수풍댐을 비롯한 압록강 댐들의 방류량을 늘렸다.압록강 하류의 수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조치였다.

 특히 지난 21일 폭우가 쏟아진 데다 압록강 상류 댐들을 방류하면서 압록강이 범람했다.이에 따라 중국 역시 압록강 하류의 일부 지역도 피해를 봤지만 수방시설이 잘 갖춰진 단둥이 전혀 피해가 없었던 것을 비롯해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 규모가 작았다.

 반면 신의주는 시가지마저 물에 잠기고 북한 매체들의 표현대로 이 일대 농경지가 ‘100%’ 물에 잠겨 곡물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은 압록강 댐들의 방류에 앞서 북한에 수문 개방 방침을 사전 통보했고 북한도 이를 수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 과정에서 단둥보다 지대가 낮고 수방시설이 부족한 신의주 등 북한지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을 고려,중국이 북한에 대한 수재 복구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지난 24일 김 위원장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고 중국 당국이 북한에 긴급 구호물자를 제공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핵 실험과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제재에 나선 국제사회가 북한의 재해 지원에 소극적인 가운데 중국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재해 원조가 절박한 상황이며 최대한 많은 원조를 이끌어낼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 중국의 대북 재해 원조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이며 북한 측은 이 자리에서 신의주 등 압록강 유역의 피해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고 그 원인이 압록강 상류 댐들의 수문 방류 때문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중국에 원조 확대를 요청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방중 코스였던 신의주-단둥 노선을 포기하고 굳이 평양에서 멀리 우회해 철도 시설이 노후한 만포-지안(集安)을 통해 중국에 들어온 이유도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다.

 이 노선을 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만포와 지안이 압록강 상류로,압록강의 댐들이 몰려 있다는 점에서 만포-지안 코스를 택함으로써 중국에 압록강 댐들을 방류했던 사실을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이번 신의주 피해와 관련,극히 이례적으로 ‘신속 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한 것은 이번 방중 기간 북한이 중국 측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물증’ 제시이자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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