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의 뇌관으로 부상했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20일 북한의 추가도발 없이 끝나면서 연평도 사태를 둘러싼 외교전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도 북한 규탄에 대한 중국의 반대 등으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반도 주변국들은 당분간 북한의 추가 반응이 나오기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의 한국과 북한 방문,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 등 한달간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각 국별로 다른 손익계산서를 손에 쥐었다.
21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가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 실시…‘북한은 조용했다’
☞ ‘연평도 긴급 대피령’…주민들 방공호로 대피
우선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영향력이 큰 미.중 사이에서 나름의 중재자 역할을 한 점이 돋보인다.
러시아는 천안함 사태와 달리 북한의 도발을 명시적으로 규탄하면서 한국,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고 지난 19일에는 한반도의 긴장사태를 논의하자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요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동아시아 정세에 일정한 지분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동안 미국,일본,중국에 비해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러시아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입지를 더욱 넓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러시아의 행보에 대해 “결국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일종의 ‘피스메이커’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문제에 강력히 개입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인 등의 소득을 얻었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동 문제에 몰두했지만 이번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다시 아시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서해에 항공모함을 진입시키는 등 중국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익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반면 중국의 손익계산은 좀 복잡하다.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회의를 제안했지만 한국,미국,일본으로부터 사실상 거부당했고 북한을 ‘비호한다’는 외교적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미일의 압박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평화와 자제력’을 호소한 중국의 일관성있는 태도는 향후 협상국면이 전개될 경우 다시한번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동력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연평도 사태의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의 성적표도 엇갈린다.
한국은 미국과 공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우방들을 상대로 북한의 도발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낸 점은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북한이 서해 5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차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미국,일본 대(對) 중국,북한,러시아의 대립구도가 확연히 드러난 것은 뼈아프다.
한국 정부는 남북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는 중국,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려고 총력을 쏟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러시아가 사격훈련를 반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까지 요구했고 결국 유엔으로 전선이 확대된 것은 외교적으로 치명타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 직후 천안함 사태 때와 달리 북한을 명시적으로 비판한 것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러시아의 행보를 오판함으로써 외교적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외교소식통은 “정부가 러시아의 입장을 너무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규탄했다는 현상만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러시아에 허를 찔린 뒤 발빠르게 움직여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북한 입장에서는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유일한 우방으로 꼽히는 중국으로부터 견제가 커지고 러시아로부터는 정면비판에 직면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연평도 포격에 대한 예비조사를 하고 있다.
북한은 20일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 직전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돌연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복귀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은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본은 한반도 정세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더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미국과 동맹을 굳건히 다지게 된 것은 부수적 수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도 북한 규탄에 대한 중국의 반대 등으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반도 주변국들은 당분간 북한의 추가 반응이 나오기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의 한국과 북한 방문,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 등 한달간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각 국별로 다른 손익계산서를 손에 쥐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가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 실시…‘북한은 조용했다’
☞ ‘연평도 긴급 대피령’…주민들 방공호로 대피
우선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영향력이 큰 미.중 사이에서 나름의 중재자 역할을 한 점이 돋보인다.
러시아는 천안함 사태와 달리 북한의 도발을 명시적으로 규탄하면서 한국,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고 지난 19일에는 한반도의 긴장사태를 논의하자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요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동아시아 정세에 일정한 지분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동안 미국,일본,중국에 비해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러시아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입지를 더욱 넓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러시아의 행보에 대해 “결국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일종의 ‘피스메이커’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문제에 강력히 개입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인 등의 소득을 얻었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동 문제에 몰두했지만 이번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다시 아시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서해에 항공모함을 진입시키는 등 중국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익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반면 중국의 손익계산은 좀 복잡하다.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회의를 제안했지만 한국,미국,일본으로부터 사실상 거부당했고 북한을 ‘비호한다’는 외교적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미일의 압박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평화와 자제력’을 호소한 중국의 일관성있는 태도는 향후 협상국면이 전개될 경우 다시한번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동력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연평도 사태의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의 성적표도 엇갈린다.
한국은 미국과 공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우방들을 상대로 북한의 도발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낸 점은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북한이 서해 5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차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미국,일본 대(對) 중국,북한,러시아의 대립구도가 확연히 드러난 것은 뼈아프다.
한국 정부는 남북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는 중국,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려고 총력을 쏟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러시아가 사격훈련를 반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까지 요구했고 결국 유엔으로 전선이 확대된 것은 외교적으로 치명타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 직후 천안함 사태 때와 달리 북한을 명시적으로 비판한 것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러시아의 행보를 오판함으로써 외교적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외교소식통은 “정부가 러시아의 입장을 너무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규탄했다는 현상만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러시아에 허를 찔린 뒤 발빠르게 움직여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북한 입장에서는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유일한 우방으로 꼽히는 중국으로부터 견제가 커지고 러시아로부터는 정면비판에 직면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연평도 포격에 대한 예비조사를 하고 있다.
북한은 20일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 직전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돌연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복귀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은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본은 한반도 정세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더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미국과 동맹을 굳건히 다지게 된 것은 부수적 수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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