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급여화·철도 지하화 외쳤지만
국민의힘·민주당 공약 차별성 실종
“정책 대결 아닌 이념 싸움 해온 탓”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구도심 함께 성장’ 공약 발표 행사에서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9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국민들의 삶에서 요구되는 것들에 기반해 정책을 만들기는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유독 양당의 공약이 유사한 문제가 심하다”며 “우리가 정책 발표를 예고하면 상대가 부랴부랴 준비해 발표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총선 6호 공약으로 ‘어르신 든든 내일 공약’을 발표했다.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에서 주 7일 점심을 제공하는 한편, 간병비를 급여화하고 연말정산을 할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총선 1호 공약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같은 해 12월에는 총선 3호 공약으로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을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 대선에서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여야가 하루 차이로 발표한 ‘철도 지하화’ 역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인 건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그간 정당들이 정책 대결을 하지 않고 특정 이념에 매달려 싸우며 커온 탓에 정책 차별성을 찾기 어려워졌다”며 “선거철이면 대중정당들이 모든 세대에 표심을 구하기 위해 중도로 수렴되는 정책 노선을 취하는 영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 선거는 인물 중심”이라며 “차별성 없는 정책을 차별성 있어 보이게 만들려 하다 보니 정책 앞에 정당 리더의 이름을 붙인다”고 했다.
한편, 제3지대 일각에서는 기존 정당들과는 방향성이 다소 다른 정책들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20·30대 남성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화’, ‘지하철 노인 무료 승차 폐지’ 등의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준석 대표의 신당은 일종의 ‘틈새 정당’으로 보인다”며 “기존 양당보다 더 많은 의석과 득표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한 내 표’를 겨냥하는 전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