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율 2% 실현 ‘문화의 삶’ 제도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문화예술 정책은 ‘문화국가’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핵심은 문화 재정 비율 2% 달성이다. 올해 기준으로 1.14%(3조 7194억원)인 전체 예산 대비 문화 부문 예산 비율을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박 당선인은 국민의 문화기본권을 보장하는 ‘문화기본법’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법’ 제정과 논란 속에 마련된 ‘예술인복지법’ 손질도 예고했다. 기존 문화예술진흥법에서 분리될 문화기본법은 문화복지 전문 인력 양성과 지역·계층별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등의 내용을 담는다. 또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법을 통해 문화예술 기부금에 소득공제 혜택이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부터 형식적으로 시행돼 온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의 창업, 취업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쪽으로 개정된다. 입법 과정에서 추진됐다 무산된 4대 보험 일괄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공연·영상 분야 스태프를 위한 처우 개선 등 창작 안전망 구축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류와 관련해선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콘텐츠코리아 랩’을 설립하고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나 총체적인 한류 정책은 부족하다고 지적된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남북 예술작품 교류 전시회 등도 구상 중이다.
문화 재정 확충 방침을 바라보는 문화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이희진 민속예술단체총연합 이사는 “문화 재정이 1%에서 1.14%가 되는 데 13년이 걸렸다.”면서 “국가 예산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임기 내에 2%까지 문화 재정 비율을 늘린다는 것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예산 확충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문화예술위,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지원센터, 문화의 집 등으로 나뉜 비슷한 성격의 예술 관련 기관을 정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의 문화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핵심 인사로 누가 중용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문화적 비중이 큰 인사가 많지 않다.
박 당선인을 지지해 온 ‘21세기 문화비전운동포럼’은 주목받는 단체다. 임영선 가천대 교수, 장윤성 미디어 아티스트, 임영호 작가 등이 몸담고 있다. 국회 새누리당 문화관광위원으로 폭넓은 인맥을 지닌 김을동, 박창식, 김장실 의원 등도 문화 정책의 싱크탱크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인 단체인 ‘문화가 있는 삶’은 2선에 자리한 핵심 단체라 할 수 있다. 뮤지컬 ‘시카고’ ‘아이다’ 등의 국내 공연을 흥행시킨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외에 박계배 연극협회 이사장,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 정현욱 공연프로듀서협회장, 정대경 소극장연합회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박 당선인의 문화특보로 일하는 등 이미 문화예술 정책 수립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인수위 대변인에 임명된 박선규 전 문화부 차관의 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2-12-27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