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지적한 ‘나라장터’는 여전히 ‘바가지 장터’

[단독] 이재명 지적한 ‘나라장터’는 여전히 ‘바가지 장터’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0-10-12 22:32
수정 2020-10-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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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물품 가격이 시중 쇼핑몰에 비해 턱없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곳에서 세금으로 비싼 물품을 구매하며 조달 수수료까지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국회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개한 ‘시중보다 비싼 나라장터 판매 품목’ 90개를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이 시세를 재검증한 결과, 이 중 41개는 여전히 시중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니콘 카메라 렌즈는 시중에서 5만 1460원이지만 나라장터에서는 12만원으로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매립형 PA스피커는 시중가 11만원이지만 나라장터에서는 23만 1000원이었고, 시스코 무선랜 엑세스포인트는 시중가 37만 4000원에 나라장터 판매가 76만 6000원이었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제품도 나라장터에서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엡손 프로젝터 한 종의 시중 가격은 141만원이지만 나라장터에서는 200만원, 또 다른 종은 시중가 127만원인데 나라장터에서는 205만원으로 50만원 이상 비쌌다. 시중에서 547만원에 거래되는 HP플로터 프린터는 나라장터에서 688만원으로 100만원 이상이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및 지자체 등이 세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쇼핑몰로 지난해 기준 19조 7000억원이 거래된 정부조달 플랫폼이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데는 나라장터의 근본적 한계 때문이었다. 나라장터는 일정기간 동일한 가격으로 특정 물품을 공급하지만 민간쇼핑몰은 여러 판매자가 가격과 거래조건을 수시로 변경하는 경쟁 체제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조달시장에도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자체가 나라장터를 대체할 수 있도록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정부조달시장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거나 나라장터 입점 업체 간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20-10-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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