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포커스] ‘文 복심’ ‘문팬의 적’ 살가운 만남
협약식서 “우리 지사님” “우리 원장님”李 “저녁은 어찌하느냐” 楊 “함께하자”
楊, 평소 “친문·비문 벽 허물어 뭉쳐야”
李 “분열은 자해 행위” 지지층 다독여
다음 주 오거돈 시장·김경수 지사 만나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3일 경기도청에서 경기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양 원장과 이 지사가 보여 준 모습은 예상보다 끈끈했다. 두 사람은 경기도청에서 열린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과 경기도 싱크탱크 경기연구원 업무협약식에서 서로를 “우리 지사님”, “우리 원장님”이라며 닭살 돋게 치켜세우고 포옹하는 등 친근함을 과시했다.
카메라 앞에서만 살가웠던 게 아니다. 협약식이 끝난 뒤 이 지사가 양 원장에게 “저녁은 어찌하느냐”고 물었고, 경기 수원이 자택인 양 원장이 흔쾌히 “함께하자”고 해 소주를 곁들인 저녁자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본선보다 치열했던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 지사 지지자들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 지사가 경선 토론회에서 선두주자였던 문 대통령을 거세게 공격한 것을 놓고 문팬들은 이 지사를 극렬히 비난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5월 한 일간지에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광고를 내는가 하면 지난달 이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 혐의 재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국회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날리기도 했다.
4일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은 양 원장과 이 지사의 만남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 지지층도 온라인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공격했다. 이에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이재명과 함께 하는 동지라면 작은 차이를 넘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고 지지자들을 다독였다.
양 원장의 행보는 친문과 비문의 벽을 허물어 똘똘 뭉쳐야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라는 큰 지붕 아래에서 여권 대선주자군의 파이를 키우는 게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그는 지난달 14일 첫 출근길에 “총선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국민 앞에 겸허하게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양 원장이 공개적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선 출마를 종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양 원장은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에서도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이 지사를 만났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했다. 양 원장은 추가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키 위해 부산·경남(PK)으로 내려가 오거돈 부산시장(10일)과 김경수 경남지사(11일)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 갈 예정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2019-06-05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