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로 피해 입는 건 최하위층뿐”

“대북 제재로 피해 입는 건 최하위층뿐”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8-11-19 22:16
수정 2018-11-1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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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난 가난해서 탈북… 지금은 아닐 것
쌀·돈 아닌 물자 지원 방식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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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대북 제재를 아무리 해도 북한 기득권층과 그들이 떠받드는 정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는 사람은 오히려 최하위층입니다. 제재로 북한에 물자가 유입되지 않아도 기득권층은 쌓아놓은 게 많아 끄떡없지만 최하위층은 물자 부족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거죠.”

탈북민 출신인 박예영(42)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북 제재만으로 북한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 19일 이같이 설명했다. 2002년에 한국에 들어온 박 이사장은 지난 16년간 통일 운동에 참여하며 탈북민 정착 지원에 힘썼다. 최근에는 탈북민 사업가나 통일을 지원하는 사업가에게 인터넷 쇼핑몰 등 유통망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북한 주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쌀과 돈이 아니더라도 다른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며 “유통기한이 있는 빵은 아무리 당 간부 등이 착복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에 고아원 등 필요한 곳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 이사장은 북한 주민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돈의 중요성과 자본주의의 논리를 몸으로 터득했고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사회에 만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도 1990년대 고교 졸업 이후 목장에서 일했으나 경제 악화로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먹을거리를 스스로 구해야 할 처지가 되자 친척과 함께 장사에 나섰다. 장사를 하던 도중 물품을 관리에게 뺏기게 됐고 무일푼으로 노숙하던 박 이사장은 결국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이후 한국으로 오게 됐다.

박 이사장은 자신이 탈북할 당시보다 현재의 북한 경제 사정이 나아졌으며 탈북 이유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최근에는 못 먹어서 탈북했다는 얘기는 거의 못 들었다”며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90년대처럼 배곯고 살지는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한에 대한 호기심이나 환상 때문에 탈북하기도 하고, 먹고 살려면 장사를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당·정부 관리에게 뇌물도 줘야 하고 절차도 복잡하고 해서 막연하게 ‘자유’를 찾아 남한에 오기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탈북민’, ‘새터민’ 대신 ‘북향민’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어감이 좋지 않고 정치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탈북민보다는 ‘북한에 고향을 두고 있다’는 의미의 중립적이고 순화된 표현인 북향민이라는 명칭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11-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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