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력 틀 다지고 ‘新북방정책’ 천명…文대통령 방러 결산

북핵 협력 틀 다지고 ‘新북방정책’ 천명…文대통령 방러 결산

입력 2017-09-07 16:50
업데이트 2017-09-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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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대북제재 동참 요청…푸틴, 대화국면 방향전환 주문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끝으로 1박 2일 간의 짧은 러시아 순방을 마무리했다.

이번 순방의 두 가지 목적은 한반도 주변강국을 상대로 한 북핵 외교전과 한반도의 틀에서 벗어나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신(新) 북방정책 비전’ 천명이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 위한 북핵 외교전에서 정상으로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러시아, 일본과 협력의 틀을 모색한 것은 나름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와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단기적 북핵 대응 수단을 둘러싼 기본적 ‘시각차’를 확인하기는 했으나 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총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으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나가기로 한 점이 의미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일본과는 ‘긴밀한 공조’를, 몽골과는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신북방정책’을 국제무대에서 효과적으로 첫 선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 특히 러시아가 추진 중인 ‘신동방정책’과 연계하면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성과를 거뒀다.

◇한·러 ‘북핵 평화적 해결’ 공통 목표…경로는 ‘채찍 vs 대화’ 엇갈려 = 북핵 외교전의 핵심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우리 측이 주장하는 대북 제재와 압박에 관한 긍정적 시그널을 받아낼 수 있느냐 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과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어떤 코스로 평화적 해결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할지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면 결국 더 강한 ‘채찍’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로 꼽히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대북 제재 및 압박 대열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고강도 제재가 ‘효과’를 거뒀던 과거 사례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최초의 6자회담에 응하지 않아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한 적도 있다”며 “그 이후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으로는 북핵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아예 대화국면으로의 ‘방향전환’을 주문했다.

또 대북원유공급 중단 요청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북한에 1년에 4만톤 정도의 미미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일본과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태세를 재확인했다.

양국은 북한이 도발을 멈추도록 역대 최고 수준의 고강도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물론, 양국 모두 그간 한·일 관계 개선에 발목을 잡은 과거사 문제는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상회담 종료 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국 정상 간 이견이 없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양국 간의 관계가 근래 들어 가장 좋은 관계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관측된다”고 전했다.

할트마긴 바트톨가 몽골 대통령과의 회담은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동북아 평화 플랫폼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한·몽골 정상회담에서 한·미·일·중·러·몽골 등 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의체인 ‘동북아 평화협력체제’ 구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신 북방정책의 핵심 내용으로,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인접국들이 역내 경제와 안보협력을 추구하는 다자협의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신 북방정책으로 北변화 견인 비전…구체적 성과도 거둬 = 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신 북방정책을 통해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지역 및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경제 협력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한편, 신 북방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도 이뤄냈다.

신 북방정책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남·북·러 삼각협력 구도 아래 추진돼 남·북 관계가 난관에 봉착하면 한·러 협력마저 진전을 보이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앞으로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 추진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9-Bridges 전략)를 놓아 동시다발적 협력을 이루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9개의 다리’는 가스와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분야를 뜻한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막혀 한·러 협력을 진행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역으로 한·러 협력을 먼저 추진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참여를 견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한·러 단독·확대 정상회담에서 한·유라시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도 이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러 양국은 한·유라시아 FTA 추진을 위한 한·러 공동작업반(Working Group) 구성에 합의했고, 올해 10월 개최 예정인 EEC(유라시아경제위원회) 5개국 총리회담에서 러시아가 한·유라시아 FTA를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또 확대정상회담 전 열린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 채널 재개 및 공동연구 수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러 경제공동위는 또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 등에 우리 기업 지원을 위해 3년간 20억 달러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를 신설하고, 한·러 전력망 사업에 대한 사전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어획 쿼터도 추가 배정을 요구해 명태 3천t, 꽁치 3천t 등 총 6천t의 추가 쿼터를 배정받기로 잠정 확정됐다.

아울러 러시아 극동지역 주 정부와 한국의 지자체 간 협력 증진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처음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양국 정부는 ▲이노프롬-2018 파트너국 참여 관련 양해각서(MOU) ▲한국투자기업지원센터 구축 관련 MOU ▲동방경제포럼 행사 주관 관련 협력 MOU ▲극동 금융 협력 MOU 등 4개 MOU를 체결했다.

◇ 푸틴과 ‘유대 쌓기’…“호랑이 기상으로 극동개발” = 이번 러시아 방문의 또다른 성과는 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 유대를 쌓은 점이다. 이는 앞으로 정치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추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호랑이’를 화두로 꺼내 푸틴 대통령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며 아주 좋아한다”며 “푸틴 대통령도 기상이 시베리아 호랑을 닮았다고 한다. 저의 이름 문재인의 ‘인(寅)’자도 호랑이를 뜻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호랑이의 용기와 기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극동지역 발전에 나선다면 안 될 일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조선시대 검(劍)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주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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