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전락한 여야 대표…이달에만 7번째 만남

‘양치기 소년’ 전락한 여야 대표…이달에만 7번째 만남

입력 2015-12-24 11:26
수정 2015-12-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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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서자 “쇼하러 만나나” 비판 제기진전없이 남발되는 여야 최고 지도자 회동…무게감만 떨어뜨려 총선 앞두고 마음이 ‘콩밭’에 간 의원들…야당 분열도 한몫

여야 지도부는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이달 들어 7차례나 가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6일, 12일, 15일, 18일, 20일 만났다.

이들은 성탄절 전날인 24일 오후에도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2+2 회담’을 한다.

최근 여야 지도부 회동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외에는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카메라 앞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늘 빈손으로 회담장을 나갔다.

통상 여야 대표 회동을 지켜보는 기대치는 높다. 당의 최고 리더가 머리를 맞대는 만큼 그 과정에서 실무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여야 지도자가 만나 정치적 결단을 내려서 최종 매듭을 지을 것이라는 기대들이다.

과거 여야 대표 회동들이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김무성-문재인’ 회동은 물밑 협상을 거쳐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회동이 아니라, 무게감 없이 언론 앞에서 ‘쇼’만 하려고 만난 것 같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셈이다.

취재 기자들도 여야 대표 회동이 처음 이뤄질 때는 가시적인 발표를 기대하며 긴박한 분위기였지만, ‘빈손 회동’이 반복되자 갈수록 뉴스를 기대하는 긴장도도 떨어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진전없는 여야 대표 회동이 되풀이 될수록, 대표 협상의 정치적 무게감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선 “만난 횟수만 놓고 보면 여야의 소통이 요즘처럼 활발한 때가 없었다”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나온다.

정책 디테일을 심의하고 협상해야 할 상임위도 가동되지 않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여야 대표급 회동도 ‘헛바퀴’만 굴리면서 법안 처리와 선거구 획정은 하세월이다.

그러면서 여야의 정치력이 실종된 채 상대방을 비난하는 ‘구호’만 쏟아내면서 12월 임시국회는 여태껏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시간만 죽이며 또 한해를 허송할 형편이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마치지 못한 숙제를 풀기 위해 ‘나머지 공부’를 하려고 다시 모였지만, 법안을 처리할 본회의는 15일과 22일 모두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일단 오는 28일에 이어 31일에도 본회의를 소집, 어떻게든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야 협상이 겉도는 것을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몰아선 안 된다”며 야당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회동에서 상임위원회를 즉각 가동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를 파행·공전시키면서 합의문을 휴짓조각처럼 구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의 절충점을 찾으려 하기보단 ‘일괄처리’만 밀어붙이려 해 야당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세력’이라는 비난을 받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이) 언론을 통해 ‘강경파 때문에 협상이 안 된다’고 해 유감”이라며 정작 협상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 건 여당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연휴에 구애받지 않겠다. 연휴에 언제 어느 때라도 협상하겠다”고도 했다. 야당은 협상에 ‘열린 자세’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만큼 이는 정치적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정책 노선이 달라 여야 합의가 번번이 뒤집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따른 내홍이 겹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원내대표와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손발이 맞지 않은 실정이다.

여야 협상이 이처럼 겉도는 배경에는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13 총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표라도 더 확보하려고 지역구 행사를 챙기기에 바쁜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좌진 전원을 지역구로 돌린 의원이 부지기수다.

한 지역구 의원은 연합뉴스에 “농촌으로 치면 지금은 ‘농번기’에 해당하는데, 일손을 놓고 학교에 나오라니 공부가 잘 되겠느냐”고 비유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숙려기간을 고려하면 이날이 여야의 합의 처리를 위한 마지노선이다.

여야 지도부가 정 의장 주재로 이날 오후 막판 협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1일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11일부터 시작되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인사청문회를 열기 위한 내년 1월 임시국회 소집 가능성이 커지면서 법안 처리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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