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나” 선거구획정 지연에 해프닝 ‘속출’

“어디로 가야 하나” 선거구획정 지연에 해프닝 ‘속출’

입력 2015-12-13 10:14
업데이트 2015-12-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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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세차례 바꾸다 결국 지역구 이름 공란으로 제작사무소 설치 장소도 ‘갈팡질팡’…선거비용도 갑절로 들어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이 여야간 이견으로 늦어지면서 출마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해 벌어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오는 15일 시작되는 예비후보 등록을 목전에 두고 분구·조정 대상 지역구에서는 “도대체 어디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과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지역구들과 분·합구 조정 가능성이 있는 서울 중구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준비한 홍보용 현수막 문구를 세 차례에 걸쳐 바꿨다.

‘중구’에서 시작해 ‘중구·성동구’로 바꿨다가 결국 지역구 명을 공란으로 남겨두는 것으로 최종 변경했다.

김 전 대변인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다 보니 현수막 문구부터 선거사무소 위치, 공약까지 어느 하나 한 번에 결정되는 게 없다”면서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활동해야 하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원외 후보자들에 비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여당 비례대표 민현주 의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인천 연수구로부터 분구가 예상되는 송도를 공략 대상으로 낙점한 민 의원은 “국제도시인 송도는 현수막 게시 등과 관련한 규정이 엄격해 의정홍보도 지역 구석구석을 발로 뛰는 게 전부인데, 최근 분구 경계에 변동이 있을 것이란 소식을 들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같은당 의원의 지역구인만큼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분구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결국은 급한 대로 연수구 전체를 뛰어다니는 상황”이라며 “당내 조직화는 사실상 꿈도 못꾸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거사무소를 어디에 둘지 몰라 일단 자택을 ‘베이스캠프’로 움직이는 예비후보도 나오고 있다.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사무소를 얻었다가 나중에 이사를 해야 하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경기 남양주의 신설 예상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조광한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역구가 확정될 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포함되지 않으면 어차피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무실까지 얻었다 이사를 하게 되면 안 되지 않느냐. 제한된 자금을 쪼개서 선거운동을 하는데…”라고 말했다.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다 보니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도 말문이 막힐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는 하소연도 있다.

충남 아산의 분구 예상 지역구에서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강훈식 동국대 겸임 교수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어디로 나오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며 “많은 예비후보자가 ‘깜깜이 선거’라고 한다. 게임으로 따지면 내 운동장이 어딘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아 결심조차 못 하고 있는 예비후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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