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전주 등 전북 출마설 나돌아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패배 이후 칩거 상태인 정동영 전 의원의 행보가 또다시 정치권의 관심사로 등장했다.야권 신당론과 맞물려 연대설이 나오는가 하면, 자신의 고향인 순창에서 당원 탈당 사태가 빚어지는 등 주변부에서 정 전 의원의 정치재개를 시사하는 듯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보궐선거 패배 후 한 달 가량 중국에서 머물고 지난달에는 열흘 간 시베리아 철도횡단에 나서기도 했지만 6월초부터 고향인 순창에 부인과 함께 내려와 씨감자 농사를 지으며 칩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진보 진영의 신당 추진체였던 국민모임과도 사실상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의원 측은 10일 “정 전 의원은 국민모임을 통해 신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동의했던 것”이라며 “지금 국민모임은 정의당 등 4자 연대를 통한 통합을 추진중이어서 애초 계획과 달리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친정인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이라는 무리수를 두고서 출마한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재기의 꿈이 좌절된 데다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도록 한 책임이 크다는 새정치연합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야권 신당을 추진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최근 전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정치인 중에서 정 전 의원만한 사람도 없다”고 언급하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둬 정 전 의원이 운신할 공간이 다소간 생긴 모양새다.
다만 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전 의원이 정치를 재개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알려진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의원과 같이 할지, 말지를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현 단계의 연대설은 섣부른 관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의 순창과 남원 지역 당원 100여명이 이날 신당 필요성을 호소하며 탈당을 선언한 것이 정 전 의원의 정치재개를 염두에 둔 군불 지피기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탈당을 주도한 정학영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전 의원과 무관하게 탈당을 결심한 것”이라면서도 “천 의원이든, 박준영 전 전남지사든, 박주선 의원이든 정 전 의원이든 그 분들이 신당을 한다면 힘을 모아서 같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의원이 내년 총선 때 고향인 순창·남원이나 자신이 정치를 시작한 전주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여기에다 전주 4선을 지낸 장영달 전 의원이 지난달 “호남신당 등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나의 정치활동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북 정치권 복귀를 선언하고, 전주에서 당선됐던 장세환 전 의원 역시 신당에 동조하고 있어 정 전 의원이 이런 분위기를 고리로 천 의원과 손을 잡고 정치활동을 재개할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 전 의원 측은 “지금은 정 전 의원의 거취가 거론될 때가 아니다”며 “정 전 의원은 정치적 얘기가 나오면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며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최근 호남권 의원 회동에서 문 대표 퇴진론 등이 거론된 것과 관련, 지난 27일 광주 의원들과 회동한 데 이어 이날 전북, 12일 전남 등 권역별 의원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경청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