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원고지 22장 분량…미리 준비한 원고 토대로 발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의결하기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단호하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정치권을 비판했다.미리 준비한 원고를 손에 들고 모두 발언을 시작한 박 대통령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발언을 2분여 한 뒤 12분간 내리 국회법과 정치권을 겨냥한 대(對)국민 메시지를 발신했다.
국회법 개정안 및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처리시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해 처리한 여야에 대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개인적 보신주의’와 ‘당리당략’ ‘끊임없는 당파싸움’이라는 표현을 동원, 우리 정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장으로 시작한 뒤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조목조목 설명했고, 전방위로 정치권을 비판한 메시지의 수위는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끊임없는 갈등, 반목, 비판만 거듭해 왔다”,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통과시키지 않고…”, “기가 막힌 사유들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 등으로 점점 높아졌으며 “배신의 정치”, “국민께서 심판해야” 등의 발언을 할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은 현재의 정치권의 행태들에 대해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정치”,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라도 표현하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앞으로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고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메시지 강도가 세지면서 차분하고 단호했던 박 대통령의 목소리도 결의에 찬 목소리로 바뀌었다.
일부 발언에서는 박 대통령 목소리 크기가 평소보다 3배 정도는 커진 것 같다는 말도 나왔으며 목소리가 격앙됐다는 인상도 줬다.
국무위원들도 예상밖으로 계속 이어지는 박 대통령의 강도높은 발언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국회와 정치권을 겨냥한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취임후 최고조라는 평가들이다.
실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심각한 표정의 부동자세로 앉아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목소리만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에서 답답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대(對)정치권 발언은 4천100여자 분량(200자 원고지 22장 가량)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