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 성공수행시 ‘충청 카드’로 대권노크 가능할듯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 정국을 맞아 여권의 차기 대권 구도가 밥상머리의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당권쟁취 후 여세를 몰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질주하고 있는 반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확실한 대표주자 없이 군웅할거식 경쟁이 이어지는데다 이완구 총리까지 대권레이스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연말정산·건강보험료 개편 파동, 정부·청와대 개편 등 정치적 일정이 숨가쁘게 이어지면서 여당 주자들은 잠재적 대선주자로 ‘개인기’를 펴볼 기회가 없었으나, 정국현안이 정리되며 ‘차기’를 향한 발걸음들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이완구 신임 총리가 보수 정권 이후 첫 현역의원 출신 총리라는 상징성을 안고 대선을 노크해볼 위치를 점하게 된 점이다.
물론 이 총리가 지난 17일 취임 첫 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저한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는 했다.
하지만 현역 총리라는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정치적 손실을 만회한다면 대권도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총리 인준과정에서 드러난 ‘충청의 힘’이 대선 국면에서 작동한다면 자의반타의반 대권도전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당 보수혁신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과 함께 군웅할거의 시대를 열게 된다.
다만 대선주자는 총리후보자 보다 더욱 혹독한 여론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청문과정에서 드러난 언론 외압의혹, 병역면제 의혹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이후 줄곧 수위를 달리고 있는 김무성 대표는 이번 설에 아직 특별한 일정을 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연휴 기간 4·29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 광주 서을에서의 승리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곳 모두 야당이 차지했던 지역구였고, 실제로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지만 야권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격 승산도 있어 성공만 한다면 대표로서는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이 총리 인준 과정에서 당 결집을 강조했지만, 당내 이탈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확실한 당 장악력 제고가 숙제로 남겨진 상태다.
여기에 TK(대구·경북) 맹주 자리를 놓고 소리 없는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유승민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잠재적 대권주자군으로 분류된다.
지난 2일 취임한 유 원내대표는 설 연휴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같은 경제 관련 법,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분출하는 개헌론 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최 부총리 역시 연말정산 파동으로 불붙기 시작한 증세와 복지 문제, 점증하는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정치적 명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활동을 종료하고 지난 16일 미국 방문 길에 오른 김문수 위원장도 설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인권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던 김 위원장은 이번 방미 중에도 북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위에서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등 의욕적으로 활동했지만 독단적인 운영에 대한 문제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장외에서는 증세와 복지 논쟁이 격화할 경우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여권 차기주자 지지율은 김무성 15.1%, 김문수 9.3%, 이완구 6.8%, 홍준표 6.7%, 정몽준 6.5%, 남경필 원희룡 4.5%, 유승민 3.2%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월9∼13일 만19세 이상 유권자 2천500명으로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과 자동응답(ARS) 방식에 따라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대선 주자를 모두 놓고 지지율을 조사하면 여권 주자는 5% 안팎이어서 지지율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앞으로 증세와 복지 논쟁 등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에 따라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