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정쟁’이 ‘市長대전’으로… 여·야, 재·보선 체제 전환

‘식판정쟁’이 ‘市長대전’으로… 여·야, 재·보선 체제 전환

입력 2011-08-27 00:00
업데이트 2011-08-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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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바뀌었다. ‘아이들 밥그릇 싸움’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이어지면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초대형 선거정국이 펼쳐지게 됐다. 여야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10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꿈이라도 꿔 본 인사들이 단 한명도 없는 여야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60일이다. 이 안에 후보를 선출하고, 선거체제를 꾸려 민심 사냥에 나서야 한다. 26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당사에는 긴장과 초조, 불안과 설렘이 교차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격 사퇴로 직격탄을 맞은 한나라당이 10월 보궐선거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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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가운데) 대표가 26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열린 서울시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최고위원, 오른쪽은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연합뉴스
한나라당 홍준표(가운데) 대표가 26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열린 서울시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최고위원, 오른쪽은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연합뉴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26일 “오 시장에 대한 미련은 이미 버렸다.”면서 “‘필승의 카드’를 내세워 시장직을 사수하는 방향으로 당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후보 등록을 받아봐야 하겠지만, 당내 후보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외부 영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사무처를 중심으로 영입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스트셀러인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펴내 젊은 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48) 교수가 영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카드”라고 설명했다. 당내 후보로는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최고위원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정몽준 전 대표를 전격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이미 ‘대권 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어 서울시장으로의 ‘하향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소장파들 중에는 “오 시장과는 다른 ‘버전’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인 홍정욱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권영진 의원도 출마를 권유받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 의원은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소장파들이 모두 호감을 갖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오 시장의 사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홍준표 대표가 아침에 소집한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도 사실상 보선 대책회의로 전환됐다. 김기현 대변인은 “조찬간담회에서는 10월 26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전념키로 의견이 일치됐다.”고 전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선거체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서울시당을 중심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라면서 “시간이 촉박한 만큼 경선 절차와 외부 영입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면서 “이번 주민투표에서 확인된 건전한 보수세력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등록일이 10월 6일인 만큼 모든 절차를 밟아가며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지원유세’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홍 대표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오 시장을 철저히 배제한 채 당력을 총동원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할 것이라고 대표의 측근들은 전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민주당

민주당이 10·26 재·보궐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에 견줘 한발 앞선 형국이다. 우선 26일 정장선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당 재·보궐선거 기획단을 첫 가동하고 선거 체제로 본격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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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가운데)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박주선(왼쪽) 최고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김진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손학규(가운데)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박주선(왼쪽) 최고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김진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기존 지역 이외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포함된 만큼 민주당은 기획단을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정 사무총장은 “다음 주쯤 예비후보 등록과 경선 일정,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거 체제와 별도로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필승 기류가 넘쳐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승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로 받아들여진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재·보궐선거 대상지 가운데 서울시장은 물론 민주당이 기존 단체장으로 있었던 곳(서울 양천구, 충주시, 남원시, 순창군)과 부산 동구 등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최우선 격전지다. 역대 서울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 비중이 커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결구도가 넓어진 데다 대여(對與) 대립각을 강하게 세울 수 있다며 벼르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의 사퇴 발표를 전후로 계파별로 속속 집결하는가 하면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전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선거 대책을 논의했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사실상 예비 대선으로 격상되면서 원내·외 가릴 것 없이 캠프가 꾸려지면 자원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만 해도 전날 천정배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 당내에서만 10여명이 출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치열한 경선이 예상되는 만큼 경선 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뼈대로 하는 당 개혁특위의 공천안이 후보자 선출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기 과열 분위기 속엔 자성론도 섞여 나온다.

김칫국부터 마시다가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천 최고위원의 출마 선언 직후 당 안팎에서는 “아직 오세훈 시장이 사퇴도 하지 않았는데 주소지부터 옮기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여기저기 깃발부터 꽂는 후보군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전이 계파 대리전으로 변질되는 조짐이 있다. 이러다 적전분열은 시간 문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급기야 손학규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최대한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11-08-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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