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당헌개정” 판흔들기 책임 당원 우선권도 쟁점
한나라당이 25일 의원총회와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따라 열고 논의한 전당대회 ‘룰’에는 당내 각 세력들 간의 복잡한 셈법이 담겨 있다. 일단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 큰 틀에서는 의견이 모인 듯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상이몽’이다.당 비대위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과 맞아 떨어졌다.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 당헌에 대해 응답자의 50.9%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47.3%는 통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분리하자는 의견이 70~80%는 나와야 가능할 텐데 51%로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정리가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친이계·구주류 의원들은 설문조사의 응답률이 65%에 그쳐 압도적인 찬성이라 볼 수 없다며 개정을 거듭 주장했다. 차기 유력 주자들이 모두 전당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통합해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60%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38%에 그쳤다.
현재 1만명 미만인 선거인단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62%가 찬성했다. 돈선거·계파 줄세우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선거인단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박 전 대표도 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대위는 현재 유권자 대비 0.5% 수준인 20만명 선으로 선거인단을 확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책임당원에게 어느 정도로 우선권을 주느냐가 쟁점이다. 책임당원은 5월 중순 현재 13만 604명이다. 당초 이들을 전원 선거인단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그럴 경우 시·도별 및 당협별로 인원수가 최대 30배까지 차이가 나는 등 균형을 잃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6개월 이상 꾸준히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수도권과 영남에 주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편차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구성하면 당협에서 선거인단을 추천하게 된다. 책임당원→당비납부당원→일반당원 순이 추천 기준이지만 당협위원장의 투표 성향에 따라 줄 세우기도 가능하다는 우려도 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2011-05-26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