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톡톡 다시 읽기] “더 잘 살고 싶다면 고전과 만나세요”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더 잘 살고 싶다면 고전과 만나세요”

입력 2011-02-28 00:00
업데이트 201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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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들과 ‘시즌1’ 결산대담

서울신문은 ‘고전 톡톡 다시 읽기’(이하 고전읽기) 시즌1을 마치면서 결산 대담을 마련했다. 스무 명이 넘는 필진 가운데 문성환·오선민·안명희·채운 수유+너머 연구원 4명을 지난 21일 서울 용산동 수유+너머 연구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집필 소감과 뒷얘기, 시즌2를 준비하는 구상 등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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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톡톡 다시 읽기’의 저자이자 연구 공간 수유+너머의 연구원들이 고전읽기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명희, 오선민, 문성환, 채운씨.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고전 톡톡 다시 읽기’의 저자이자 연구 공간 수유+너머의 연구원들이 고전읽기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명희, 오선민, 문성환, 채운씨.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사회
우선 시즌1을 돌아보자. 필진으로서 어려움은 없었나.

문성환(이하 문) 만족할 만한 글을 썼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글쓰기의 포맷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해 왔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오선민(이하 오) 원고지 20장 안팎의 짧은 글쓰기가 어렵기도 했는데 분량을 맞춰서 쓰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동료들과 공동 수정 작업도 많았고 5~6번 토론을 거치는 과정에서 고전 자체와 글쓰기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안명희(이하 안) 연구는 물론 강연, 다른 저술 등 빽빽한 일정 속에서 분량 맞추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안 연구원은 고전읽기의 실무진행 간사를 맡았다). 중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컨셉트를 잡으면서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됐다. 토론을 거치면서 많게는 5~10번씩 원고를 수정하기도 했다.

채운(이하 채) 익히 알려진 기존 텍스트가 많다. 대 학자가 많이 아는 상태에서 풀어내는 것과는 다르게 치열하게 공부하는 중의 뜨거움이 우리 글에 있다고 자부한다. 동시대에서 나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독자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전읽기가 신문 안에서 오아시스 같은 코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신문의 중요한 역할이다.

나 자신의 변화가 컸다. 이광수 ‘무정’에 대해 쓸 때 과거에 배웠던 선생님의 말씀이 속에서 누르는 게 있었다. 글을 고치는 과정에서 친구들이 이야기해 주는 게 즐겁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했다. ‘이광수’라는 이름이 주는 권위에서 벗어나 작가를 많이 좋아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카프카의 ‘변신’은 다시 한번 써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 했다.

사회 그렇다면 필자의 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고전읽기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기존의 여러 고전 읽기는 계몽적 입장이다. 우리는 현재의 고민을 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현장성이 있는 만큼 진정성과 치열함이 독자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필자가 현시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을 것이라고 본다.

고전이 고전으로 남은 이유는 누구든 거기에서 퍼서 길어 낼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건, 아마추어건, 학력이 높건 낮건 간에 말이다.

독자들도 굳이 모두 따라 읽을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단 한편이라도 제대로 읽고 내 삶의 변화 지점과 만나는 강렬한 체험이 더욱 중요하다.

고전읽기에 쓰인 글들은 기존 정보에 대한 갈무리가 아니다. 고전의 줄거리가 뭐고, 언제 쓰여졌고 등 지식이 아니라 지금 던질 수 있는 질문을 같이 고민해보자, 이게 고전읽기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 목적에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적인 고전 텍스트와도 겹치지만 우리 연구실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목록이 있다. ‘벽암록’은 기존 어떤 고전 목록에도 들어 있지 않은 책이고, ‘임꺽정’도 동서양 고전 필독서에 들어 있는 책은 아니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텍스트를 통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내 주고 있다. 그런 경험이나 기회가 독자나 연구자 상호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사회 그래도 고전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공부를 업으로 삼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고전을 공부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

고전은 무궁무진하다. 굉장히 구체적이면서 보편적인 방식으로 문제 의식을 담고 있기에 지금껏 살아남았고, 지금까지도 우리와 접속할 수 있다. 때문에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고전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

역시 따분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결국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 즉 인간 관계, 사랑 등에 대한 정수를 담고 있어 누구하고나 언제든 접속할 수 있다.

자기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더 잘살기 위한 답을 구하고 싶다면 책을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어떤 책을 봐야 할지 막막할 때, 서울신문의 고전읽기 시리즈를 보면서 이 책을 봐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자신의 문제와 고전이 만나는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두께 등 때문에 고전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신문과 같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같이 읽는 사람이 있으면 고전읽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주변의 누군가를 꼬드겨 고전을 같이 읽고 수다 떨어 보라. 훨씬 재미있어진다.

고전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게 더 문제다. 처세술, 테크닉, 요리책처럼 즉각 정보를 던져 주는 책이 아니면 사람들이 뭘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고전은 생각을 해야 하는 책이다.

또한 고전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관성을 스톱시키는 힘이 있다. 인간이란, 사랑이란 과연 그런걸까, 라고 고전은 질문한다. 자기의 삶을 의심하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 없고 바쁜 현대인들은 굳이 그렇게 하려 하지 않는다. 생각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나에 대한 또는 자기 세계를 멈추고 다른 세계로 가는 용기가 없어 고전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얼핏이라도 봤던 것을 대중과 나누고자 하는 것이 수유+너머의 목표다.

고전을 잘 읽지 않는 것은 어려워서이기도 하고 텍스트가 익숙해서 다 안다고 생각해서인 경우도 많다. 고전은 읽을 때마다 달라 많이 읽은 사람도 늘 어려워한다. 다른 계기와 문제의식에서 만나면 매 순간 달라지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이 바로 고전이다.

고전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게 영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시대 다른 삶과 만나서 소통할 수 있다. ‘시즌2’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회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정리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2-2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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