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뭐 같냐?

개그맨 뭐 같냐?

입력 2010-01-20 00:00
업데이트 201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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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입대해 8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자대 배치를 받았다. 훈련소에서 조교들이 자대 생활에 대해 하도 겁을 많이 준 탓에 잔뜩 긴장해 있던 나는 내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뻘쭘하게 가만히 문앞에 서 있는데 그 순간 “야, 경례 안 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충! 성!”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침상에 각을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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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상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저쪽에 있던 한 고참을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다. “야! 쟤 개그맨 뭐 같냐?” 개그맨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개그맨 이미지가 멋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엄청 고민을 하다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고참은 화를 내며 “이 자식이 고참이 물어보는데 모르는 게 어딨어?” 했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다시 한 번 외쳤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내무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고참이 “야~ 인마! 뭐가 모르겠어! 네 개 중에 하나 찍으면 되잖아” 했다. 하지만 보기도 주지 않고 네 개 중에 하나를 찍으라니, 당황스럽고 울고 싶었다. 분위기상 “네 개의 보기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기도 겁났다.

속으로 네 개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당시 잘나가던 유재석, 이휘재, 남희석, 강호동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게 확신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유재석 닮았습니다.” 그 순간 내무실은 뒤집어졌다. 고참들은 웃느라 난리가 나고 계급이 낮은 고참들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난리가 났다.

내게 질문했던 고참이 소리쳤다. “유재석이 무슨 소리야! 계급이 뭐 같냐 물었잖아!” 그렇다. ‘계급이 뭐 같냐’는 말을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만 ‘개그맨 뭐 같냐’로 들은 것이었다.

류재필(대구 달서구 성당1동)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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