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멈춘 한국교회의 적정 신자 수 153명”

“성장세 멈춘 한국교회의 적정 신자 수 153명”

입력 2013-12-25 00:00
업데이트 2013-12-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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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훈 장신대 교수 저서에서 ‘153 교회’ 대안 제시

부활한 예수가 디베랴 호수에 있던 제자들 앞에 나타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한다.

날이 새도록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제자들이 예수 말대로 하자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물고기가 많이 잡혔다. 이때 잡힌 물고기가 153마리였다.

요한복음 21장 1∼14절에 나오는 얘기다.

오규훈 장로회신학대학 교수는 최근 출간한 ‘153 교회’에서 ‘153’이란 숫자를 신앙공동체의 적정 규모라고 주장한다. 150명은 목회자 한 명이 공동체의 본질을 지키면서 건강하게 목회할 수 있는 성도의 최대 수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21세기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에서 목회자들이 성도 수가 150명을 넘지 않는 교회, 즉 153 교회를 바람직한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단, 교회가 150명을 절대로 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그 규모를 넘어서는 성장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153명이 바람직한 목회 규모라는 근거를 우선 성경에서 찾는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기록한 요한복음 19∼20장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153’을 그렇게 해석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내 양을 치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같은 예수의 말씀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 인류학, 사회학, 경영학적 측면에서 볼 때도 153이란 숫자는 유효하다고 오 교수는 설명한다.

인간의 사회성 연구를 위해 동물과 인간의 사회 지능을 비교한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로빈 던바 교수는 사회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 큰 두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숭이와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 30종을 대상으로 한 뇌의 부피와 집단 규모의 상관성 연구를 통해 사람이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치가 15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른바 ‘던바의 수’이다.

원시 부족사회에서 씨족의 규모도 대략 150명이었다. 150명은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잘 알고 지낼 수 있는 최대 인원. 이 숫자를 넘어가면 모르는 사람도 생기고 무관심한 사람도 생기면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 150이란 숫자는 수렵시대와 농경시대의 출산율에 근거해 한 쌍의 부부가 4대에 이르렀을 때 가족 구성원을 모두 합한 숫자이자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본인의 경험을 통해 기억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경제학 용어가 판치고 대형교회만이 살아남는다는 성장중독증이 지배하는 한국의 교회현실에서 ‘153 교회론’은 뜬금없다.

이에 오 교수는 관점의 변화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는 2차원적 변화를 불러온다면서 19세기 프랑스 왕정 시대의 사례를 인용한다.

어느 날 파리 광장에 모인 성난 군중이 왕궁으로 돌진할 태세를 취하자 진압군 사령관은 발포 준비를 명한다. 군인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자 광장에는 정적이 감돌고 이때 사령관이 정중하게 외쳤다.

”존경하는 신사숙녀 여러분, 저는 왕궁을 향해 달려드는 폭도들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 앞에는 정직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파리 시민이 많이 계십니다. 부탁하건대 여러분은 속히 피하셔서 폭도들에게 총을 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놀랍게도 사령관의 말이 끝난 지 몇 분도 안 돼 군중은 해산했다.

오 교수는 “사령관은 군중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자신과 동일한 시민으로 봐서 서로를 수용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그 결과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적인 상황이 사라졌고 위협적인 대응 방식도 필요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교회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성도 수와 교회 숫자가 감소한다고 해서 성장을 이어갈 방법을 찾는 것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 직면한 위기를 새로운 변화와 도약의 기회로 삼으면 성도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오히려 감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이에마. 248쪽. 1만2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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