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김근배·이은경·선유정 편저/세로북스/752쪽/4만 9000원
수학자 리림학
1946년 서울대 수학과에 한 젊은 교수가 있었다. 원래 물리학 전공이었지만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했으며 박사 학위도 없는 ‘수학과 교수’였다. 그는 1947년 어느 날 남대문시장의 쓰레기 더미에서 우연히 국제 학술지 ‘미국수학회보’를 발견한다. 학술지를 읽다가 세계적 수학자 막스 초른의 논문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학술지 투고 방법을 몰라서 논문에 적힌 초른의 주소지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보냈다. 초른은 이 연구 결과를 보고 너무 놀라 미국수학회에 한국 젊은 수학자의 연구 결과를 보냈고 1949년 미국수학회보에 실렸다. 해방 후 국내에서 연구해 해외 학술지에 실린 한국인 첫 연구 논문이었다. 정작 한국의 젊은 수학자는 자신의 논문이 국제 저널에 실린 것을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주인공은 바로 대수학에서 ‘리 군론’을 발견한 세계적인 수학자 리림학(이임학·1922~2005)이다.
일제강점기 도쿄제국대 화학과에서 학위를 받은 뒤 지금도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화학연구소(리켄)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김량하(1901~미상)도 있다. 김량하는 세계 최초로 쌀 배아에서 비타민E 순수 결정을 얻어내고 분자식을 제시해 한국인으로는 처음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한국 첫 융합 과학자 석주명.
영화나 드라마, 체육 분야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의 활약이 돋보여 과거의 흔적에도 ‘국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과학, 특히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유독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열악한 근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우리가 충분히 자랑할 수 있는 연구자가 많았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질 것이다.
2024-05-03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