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스톱’ 쓰레기 ‘고’ … 두 얼굴의 마스크

역병 ‘스톱’ 쓰레기 ‘고’ … 두 얼굴의 마스크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1-02-18 20:14
업데이트 2021-02-1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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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미류 외 9인 지음/창비/212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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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의 하루 평균 발생량이 약 850t이었다고 한다. 2019년 동기(732t) 대비 16%가량 증가했다. 원인은 코로나19다. 사용이 금지됐던 컵 등의 일회용품이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다시 소환됐고, 마스크와 가림막 등 무수한 일회용품이 버려졌다. 병원에서 발생한 방진복 등 의료폐기물도 전례 없이 증가했지만 이들은 재활용조차 되지 않는다.

지난해엔 총선 때 버려진 비닐장갑이 63빌딩 7개 높이와 맞먹는다고 한다. 지구로 시야를 확장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영국 BBC에 따르면 매달 전 세계에서 1290억개의 마스크가 버려진다고 한다. 일 년에 약 1조 5000억개. 마스크를 비닐장갑과 같이 두께 0.02㎜이라 치고 계산하면 버려진 마스크로 1년에 63빌딩 24만 964개를 쌓을 수 있다. 재난이 또 다른 재난의 불씨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책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코로나19로 도드라진 한국의 사각지대들을 들춰내고 있다. 인권활동가와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 배달 노동자 등 10명이 공동 저자로 나섰다. 인권활동가 미류는 사회 가장 취약한 곳에서 재난이 재생산된다며 단절이 아닌 연결만이 감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거주 작가 이향규는 중국인으로 오해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차별과 혐오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고,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 고금숙은 플라스틱 성분의 마스크 사용이 늘어난 상황을 언급하면서 기후위기에도 관심을 두자고 제안했다.

재난은 가장 취약한 곳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대면 접촉 없이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사람들, 집에 머무는 것이 해고나 소득 단절을 의미하는 사람들부터 감염에 노출됐다. 책은 세상에 드러난 불평등한 현실을 마스크를 뚫고 똑바로 응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2021-02-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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