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 치유의 메시지… 에세이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 남지심 작가

[저자와 차 한 잔] 치유의 메시지… 에세이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 남지심 작가

입력 2011-11-19 00:00
업데이트 201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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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의 의미 찾는 간절함 갖길”

세상은 늘 우리에게 무한경쟁이니, 도태니 하는 말을 내세워 나가 싸우라고 등을 떠민다. 그렇게 전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전진 명령만 입력된 로봇처럼 달려가기 바쁘다. 왜 달리는지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도 모르는 채…. 또 누가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지어낸 욕망에 치여 수렁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다 보니 사색이나 자기 성찰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그런 세상에 쉼표 하나를 가만히 내려놓으며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토닥거려 주는 이가 있다. 에세이집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모루와 정 펴냄)를 낸 소설가 남지심씨. 그는 책을 통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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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심 작가
남지심 작가


남지심이라는 이름에서 바로 ‘우담바라’라는 단어를 연상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 내놓은 4권이 150만부 이상 팔린 소설 우담바라. 바로 그 책을 쓴 작가다. 긴 세월 재가 수행자로 살아온 그를 만나 침묵 끝에 내놓은 휴식과 치유의 메시지를 들어 봤다.

책 제목이 왜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냐는 질문에 오랜 명상의 정수가 대답으로 돌아온다. “톨스토이는 82세에 가족과 작별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전 그게 무척 궁금했어요.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왜 그 나이에 집을 떠났을까. 결국 구원을 얻은 답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세상에 자신을 던져 넣는 그 비장함이, 도솔천을 떠나 흰 코끼리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온 석가모니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가르치거나 이 길이 옳은 길이라고 손을 끌어당기지는 않는다. 세월 속에서 터득한 지혜와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취에 담긴 향기를 담백하게 전해줄 뿐이다.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애당초 목적을 갖고 쓴 건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위선이나 가식이 아닌 진실한 이야기들을 담아 두고 싶어서 조금씩 써놓았던 글들입니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누구에게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간절함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그마저도 없다면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 부질없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글 한 편 한 편은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포근하다. 산골 마을 바보 부부의 진정 행복했던 삶, 소록도에서조차 밀려났던 한센인 청년과 벽안의 수녀 사이에 피어난 사랑 이야기, 지하철에서 부끄러웠던 순간….

밀리언셀러로 이름을 날린 뒤 작가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우담바라 4권을 쓸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아편이라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탈고한 뒤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지요. 게다가 쉰 살을 넘기면서 사랑은 실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소설의 근본이 사랑인데,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니 쓸 수가 있나요. 삶은 성숙됐지만 작가로서의 에너지는 상실한 셈이지요.” 그 후 고승의 일대기 등을 집필해 왔지만 본격적인 소설은 쓰지 못했다. “돌아보면 제 삶의 바탕은 소설이 아니라 종교였어요.”

운명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 특별히 안타까워하는 기색은 없다.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이, 특히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남겨 달라는 요청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실패를 통해서 비로소 인생을 이해하게 됩니다. 절망과 분노와 고독의 징검다리를 건너 봐야 삶의 본질을 알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지요. 주위에서 자꾸 일깨워 줘야 합니다.”

글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11-11-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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