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열광하는 아레나쇼 한국엔 담을 ‘그릇’이 없다

세계가 열광하는 아레나쇼 한국엔 담을 ‘그릇’이 없다

입력 2013-07-15 00:00
업데이트 2013-07-15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체육관 개조하고 나서야… 초대형 ‘태양의 서커스’ 내한 공연 우여곡절

#장면 하나 세계적인 공연기획사 태양의 서커스의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가 지난 10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춤, 그를 상징하는 무대장치들이 화려하게 무대를 수놓는 이 공연의 백미는 곡예사들의 공중 묘기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장 천장에 줄을 매달 수 있는 ‘리깅’(rigging) 장치가 있어야 하지만 올림픽 체조경기장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공연 주최 측은 49t의 골조 구조물을 무대에 설치하고 마루재 바닥이 이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1억 3000만원을 들여 보강공사를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레나 쇼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열릴 수 있었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아레나 쇼로 펼쳐지는 ‘태양의 서커스-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 공중 곡예를 위해 49t 가까운 골조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를 지탱하는 바닥 보강공사를 하는 등 체조경기장을 ‘임시 개조’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아레나 쇼로 펼쳐지는 ‘태양의 서커스-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 공중 곡예를 위해 49t 가까운 골조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를 지탱하는 바닥 보강공사를 하는 등 체조경기장을 ‘임시 개조’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장면 둘 지난 12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는 ‘워킹 위드 다이너소어-아레나 스펙타큘러’ 일본 투어의 첫 공연이 열렸다. 1999년 영국 BBC가 제작한 TV 다큐멘터리에 기반해 공룡의 탄생에서 멸종까지 공룡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린 무대였다. 기계장치로 만든 실물 크기의 공룡은 피부의 질감, 눈의 깜빡임, 손발의 움직임까지 실제를 방불케 했다. 2007년 초연 이래 전 세계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이번 일본 투어는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 공연계가 ‘아레나(Arena)쇼’에 주목하고 있다. 원형의 대형 공연장에서 일반적인 콘서트나 뮤지컬에서는 구현하지 못하는 장대한 스케일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아레나 쇼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우리 관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제대로 된 아레나 쇼를 볼 수 있는 전용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레나 공연장은 보통 1만 5000석 이상의 좌석을 갖춘 다목적 원형 무대를 일컫는다. 일본의 도쿄돔, 요코하마 아레나 등을 비롯해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에는 공연과 스포츠 행사가 가능한 다목적 아레나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잠실 실내체육관이 1만석 이상 수용 가능한 실내 시설로 아레나 공연장의 역할을 대신할 뿐이다.

가요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아레나 공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에는 공연계 안팎에서도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무대에 한 번 올리기가 쉽지 않다. 신상화 CJ E&M 콘서트사업부장은 “체육관에는 리깅 및 무대장치, 각종 장비, 음향시설 등이 공연에 맞게 설계돼 있지 않다”며 “대형 공연에 맞는 시설을 갖춘 아레나 공연장 건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 초 정부는 아레나 공연장 건설 계획을 마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말까지 경기 고양시 한류월드에 1만 8000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명은 ‘K팝 아레나’이지만 다양한 공연과 전시, 스포츠 행사가 두루 가능하도록 구상 중이다. 하지만 공연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 때문이다.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공연기획사로서는 서울 외곽에서 대형 공연을 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K팝 콘텐츠의 경제적 효과가 유달리 부각되는 상황도 고민해볼 문제다. 신 부장은 “공연 문화의 다양성과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세워질 아레나 공연장이 K팝 외에도 내한공연, 대형 아레나 쇼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07-15 21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