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어떤 표류를 하고 있나요”… 제주비엔날레 83일간의 여정 시작되다

“지금 당신은 어떤 표류를 하고 있나요”… 제주비엔날레 83일간의 여정 시작되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4-11-26 14:20
수정 2024-11-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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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제주비엔날레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 26일 개막하고 내년 2월 16일까지 83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제4회 제주비엔날레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 26일 개막하고 내년 2월 16일까지 83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제주는 그 자체가 표류의 역사를 간직한 섬입니다. 표류라는 키워드는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 전체를 포괄합니다. 표류가 만든 우연과 필연적 교차점에서 만남과 충돌, 융합의 경계를 예술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제4회 제주비엔날레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 26일 개막하고 내년 2월 16일까지 83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제주비엔날레 총감독)은 14개국 87명의 작가들이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화두인 ‘표류’를 탐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장은 “아파기 표류기는 가상과 상상의 기록이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661년 5월에 일본 사신이 당나라와 교역 중에 표류해 탐라에 도착한다. 이 배편으로 탐라왕자 아파기(阿波伎) 등이 일본에 방문했다고 전해진다”며 “아파기의 가상의 표류는 제주의 정체성에서 스토리를 확장하는 장치이다. 제주가 지닌 미시적 언어를 통해 표류의 거시적 주제들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표류와 관련된 작업을 하는 제주 작가들이 참여가 돋보인다. 바람의 길을 통한 철새의 이동을 주제로 한 고길천, 표류의 미디어적 해석을 담은 부지현, 회화 현덕식 작가 등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번 본 전시에 속하는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오브제와 장치를 설치한 체험예술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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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이 물속에 잠기며 페르시아 시인 샴루의 시를 영어로 암송하는 작품인 투라지 카메네자데의 ‘나는 노래로 불려지지 않으리’. 제주 강동삼 기자
인물들이 물속에 잠기며 페르시아 시인 샴루의 시를 영어로 암송하는 작품인 투라지 카메네자데의 ‘나는 노래로 불려지지 않으리’.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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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이 해류를 따라 표류하여 대마도에서 발견되는 비극의 역사를 담은 양쿠라의 ‘이름없는 자들’은 테왁 등 해양쓰레기로 작품을 형상화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4·3사건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이 해류를 따라 표류하여 대마도에서 발견되는 비극의 역사를 담은 양쿠라의 ‘이름없는 자들’은 테왁 등 해양쓰레기로 작품을 형상화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특히 이번 전시에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커뮤니티 맵핑의 권위자인 임완수 박사와 함께하는 ‘도민참여형 커뮤니티 매핑:우리가 함께한 바다’, 4·3사건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이 해류를 따라 표류하여 대마도에서 발견되는 비극의 역사를 해양쓰레기 오브제를 통해 여정을 담아낸 양쿠라(한국)의 ‘이름없는 자들’이 이목을 끈다.

또한 민속과 생활사의 전문가로 바구니 문화를 연구하는 고광민(제주작가)의 바구니들, 식물 이파리에 부착한 심전도기로 발생한 파장을 재해석해 마치 영혼의 나무에 접신하는 네오샤먼이 돼 소통을 시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롤롤롤(lololol, 대만)의 ‘콘크리트 상자가 된 르웨탄호:다시보기’, 오브제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러 아구스 누르 아말(인도네시아)이 참여해 탈경계적인 다양한 융합 예술 등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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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맵핑의 권위자인 임완수 박사가 ‘도민참여형 커뮤니티 매핑:우리가 함께한 바다’를 제작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커뮤니티 맵핑의 권위자인 임완수 박사가 ‘도민참여형 커뮤니티 매핑:우리가 함께한 바다’를 제작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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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과 생활사의 전문가로 바구니 문화를 연구하는 고광민 작가가 수집한 바구니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민속과 생활사의 전문가로 바구니 문화를 연구하는 고광민 작가가 수집한 바구니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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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아구스 누르 아말이 선보이는 제주도의 영등굿 의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라룽 페스티벌’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아구스 누르 아말이 선보이는 제주도의 영등굿 의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라룽 페스티벌’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도 인사말을 통해 “외국의 작가들이 직접 와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느끼면서 직접 작품을 제작해 제주가 배어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라며 “제주도는 세계 여러 도시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문화공동체’를 제안하고, 제주를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허브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비엔날레 협력전시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 특별전이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서양미술의 거장 89명의 작품 143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로 내년 3월 30일까지 열린다. 내년 2월 16일까지 장리석기념관에서는 화가의 시선속 해녀, 관광사진 속 해녀 등을 담은 비엔날레 특별전 ‘누이왁’전(展)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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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제주비엔날레 홍보대사 전현무씨가 직접 그린 작품 ‘무스키아의 표류기’ 를 주제로 한 작품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제4회 제주비엔날레 홍보대사 전현무씨가 직접 그린 작품 ‘무스키아의 표류기’ 를 주제로 한 작품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제주 강동삼 기자


한편 제주비엔날레 홍보대사 전현무씨의 작품 ‘무스키아의 표류기’도 2층 마지막 코너에 마련돼 눈길을 끈다. 그의 작품 옆에 쓰인 글귀가 83일간의 여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생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긴 여정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표류를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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