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무단 반출되고 6.25전쟁으로 1만2천조각으로 분리되는 등 역사적 고난과 아픔을 가진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복원 기념식이 12일 원주시와 국립문화유산원 주최로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탑을 둘러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무단 반출되고 전쟁으로 큰 상처를 입었던 ‘비운의 탑’이 긴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고향에 다시 선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강원 원주시는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의 복원을 완료했다고 5일 밝혔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된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에 승려에게 내리는 최고 법계인 ‘국사’(國師)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984∼1070)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탑이다.
고려시대 탑 가운데 최고로 꼽히나, 우리 역사의 굴곡을 간직한 유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탑은 일제강점기였던 1911년 일본인이 무단으로 해체해 경성(서울)으로 옮겼고, 이듬해 일본 오사카(大阪)로 반출됐다가 다시 돌아왔다.
1915년에는 조선물산공진회 미술관이 있었던 경복궁 뜰로, 1923년에는 경회루 동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여러 차례 시련을 겪기도 했다.
특히 6·25전쟁 때는 폭격을 맞아 약 1만2천개의 파편으로 조각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이후 국립고궁박물관 뜰에 서 있던 탑은 2016년 전면 해체·보수 공사에 들어가 약 5년간 보존 처리 작업을 했고, 지난해 8월 부재 상태로 고향인 원주에 돌아왔다.
원래 있던 법천사지를 떠나 약 1천975㎞에 달하는 유랑 생활을 마친 셈이다.
연구원은 지난해 말 복원 위치를 확정한 뒤, 유적전시관 안에 탑의 하중을 지탱하고 진도 7 규모의 지진 충격을 버틸 수 있는 면진대를 설치해 탑을 완전히 올렸다.
본래 모습을 갖춘 탑은 앞으로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연구원과 원주시는 12일 오전 11시 전시관 앞 광장에서 탑 복원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그간의 복원 과정을 담은 최종 보고서는 내년 중 발간할 계획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광국사탑은 공동 연구를 통해 보존 처리와 복원에 성공한 사례이자 해외로 무단 반출된 석조 문화유산이 제자리로 복원된 모범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