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가물치는 왜 ‘케이머치’를 택했나…영어 넘쳐나는 가요계

그룹 가물치는 왜 ‘케이머치’를 택했나…영어 넘쳐나는 가요계

입력 2015-03-13 07:09
업데이트 2015-03-1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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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로 가속화돼…글로벌 팬들과 소통 전략””콩글리시 등 외국인에 소통 안되는 영어 남발 문제”

에프엑스 엠버의 앨범 ‘뷰티풀’, 포미닛의 미니앨범 ‘크레이지’, 보이프렌드의 미니앨범 ‘보이프렌드 인 원더랜드’….

가요계에 그룹명은 물론 앨범과 노래 제목, 가사 등에 영어가 흘러넘치고 있다. 록, 발라드, 힙합, 알앤비, 솔 등 해외 팝에서 온 장르 용어까지 더해지니 온통 영어투성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비단 요즘의 유행은 아니다.

국내 가수들이 10여 년 전 일본을 거점으로 아시아권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발맞춰 가속화된 경향이다. 그래서 해외 진출이 활발한 아이돌 그룹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팀명을 영어로 붙이는 건 이미 일반화했다.

데뷔 당시 한글 팀명으로 되레 화제가 됐던 남성그룹 가물치는 영문 팀명인 케이머치만 쓰기로 했다.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의 이성수 실장은 “데뷔할 때부터 국내에선 한글 팀명 가물치, 해외에선 영문 팀명 케이머치를 쓰려 했는데 케이머치가 해외 팬들에게 잘 알려졌고 한국 팬도 케이머치를 선호해 가물치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소나무, 여자친구, 풍뎅이 등 한글 팀명을 가진 신인 걸그룹의 기획사들은 ‘해외에서 어떻게 활동하려고 이런 이름을 붙였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노래에 한글과 영어 제목을 병기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해외 진출의 선봉인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에서 시작돼 이젠 가수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앨범을 낸다.

최근 발표된 슈퍼주니어 D&E의 앨범에는 수록곡 7곡 중 2곡 만이 한글 제목이다. 한글 제목의 노래인 ‘너는 나만큼’(Growing Pains)과 ‘촉이 와’(Can You Feel It?)에는 이처럼 영어 부제가 붙었다.

SM엔터테인먼트 김은아 팀장은 “1990년대 말 H.O.T 때부터 한글과 영어 제목을 함께 붙였다”며 “이때부터 해외시장과 팬을 염두에 둔 글로벌 전략이었다. 세계 팬들이 통일된 제목으로 함께 노래를 향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의 플랫폼이 발달해 더욱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포미닛과 비스트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안효진 실장도 “해외에서 사용되는 서비스와 플랫폼에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급하려면 기획 단계부터 영어 제목을 함께 만드는 건 필수”라며 “국내에서 외화가 개봉될 때 우리의 정서와 문화 차이 등을 고려해 한글 제목으로 바꾸듯이 K팝을 소비하는 전 세계 팬들이 쉽게 이해하고 노래가 가진 콘셉트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노래 제목뿐 아니라 가사의 후렴구에 의도적으로 영어 노랫말을 붙이는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이 또한 해외 팬들이 쉽게 따라부르며 친숙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 소녀시대의 ‘지’, 투애니원의 ‘아이 돈트 케어’ 등의 히트곡은 후렴구에 영어 가사를 써 해외 팬들이 쉽게 따라부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영어 가사가 쓰인 곡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일 가인이 발표한 신곡들에도 ‘말할 땐 못된 내 입술이 tasty, bite me, yummy’(’애플’ 중), ‘아직은 좀 suspicious한 suspicious한’(’더 퍼스트 템프테이션’ 중) 등 영어 가사가 빈번하다.

이런 상황이니 영어가 남발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노래 가사에 영어의 비문이나 ‘콩글리시’(한국식으로 잘못 발음하거나 비문법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영어를 더한 뜻 없는 신조어가 허다하고, 그로 인해 노래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의 김형배 학예연구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며 “일반적인 관점에서 노래 가사는 대중을 상대로 한 공공 언어”라며 “우리 정서에 맞는 우리 말이 아닌 외국어를 남발해 서로 간의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요즘 가사에는 정상적으로 외국과 소통하기 위한 영어가 아니라 멋 부리기를 위한 콩글리시, 정작 소통이 안 되는 영어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한국 노래의 영어 가사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한 한류 웹사이트에서는 ‘우스꽝스러운 K팝 콩글리시 가사’라는 제목으로 몇몇 곡이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유학한 한 유명 작곡가는 “해외 블로그 등에는 누리꾼들이 ‘한국 노래 가사가 말이 안 된다’며 콩글리시 노래를 조롱하기도 한다”며 “해외 팬들과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라면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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