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고객 빅데이터 개방에 인디뮤지션 반응 더 좋아”

“멜론 고객 빅데이터 개방에 인디뮤지션 반응 더 좋아”

입력 2015-03-02 07:17
업데이트 2015-03-0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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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수 로엔 대표, 디지털 음악시장 변천과 함께한 멜론의 10년 돌아봐 “구글보다 IT역량 떨어져도 음악생산자 애로사항 아는 게 경쟁력”

“서비스 혁신 등을 통해 디지털 음원의 유료 시장을 조기에 확대하고 성장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멜론 고객의 10년 빅데이터를 개방하니 빅스타보다 매스미디어를 이용하기 어려운 인디 뮤지션쪽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음악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신원수(52) 대표가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멜론이 음악 시장에서 이 같은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최근 강남구 삼성동 로엔 본사에서 인터뷰한 신 대표는 “음악 시장 붕괴로 불법 음원에 대한 규제가 들어가면서 멜론은 음악이 무료가 아닌 유료로 쓰일 수 있도록 가치 있고 편리하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했다”며 유료 시장을 견인하는 데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바야흐로 디지털 음악 시장이 도래한 지 15년, 합법적인 유료화 단계를 밟은 지도 10년이다.

1999년까지 유지되던 국내 음반 시장은 같은 해 벅스뮤직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2000년 소리바다의 P2P(파일공유) 서비스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등장하며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법 음원이 활개를 치며 ‘음악은 공짜’란 인식이 확산됐고, 음악 생산자와 창작자들은 음원의 유료화를 위해 저작권 침해 분쟁을 벌이거나 저작권법 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 실연자(가수·연주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온라인 음원 전송권을 부여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저작인접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 곡을 복제하거나 개시하는 일이 불법이 되는 장치가 마련됐다.

이러한 과도기인 20004년 출범한 멜론은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유료 음원 시장을 이끌어 현재 50%가 넘는 업계 점유율, 2천600만 명의 고객, 380만 곡을 보유한 ‘넘버 원’ 업체가 됐다.

로엔은 멜론뿐 아니라 음악 유통 사업과 콘텐츠 제작을 병행해 지난해 매출액 3천232억 원, 영업이익 584억 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 콘텐츠사업본부장을 거쳐 2007년부터 로엔의 대표직을 맡은 신 대표와 디지털 음악 시장의 변천과 함께한 멜론의 지난 10년과 로엔의 역할을 들어봤다.

신 대표는 “앞으로의 과제는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 확대를 위한 콘텐츠 생산자와의 상생”이라며 “생산자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소비자가 살고 음악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해 11월 10주년을 맞은 멜론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나.

▲ 시장 조사를 해보면 추정하건대 현재 50% 정도가 유료로 음악을 이용한다.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유료화 비율을 갖고 있으니 어려움 속에서도 꽤 성공적인 셈이다. 분명한 건 멜론이 (이 과도기에서) 유료화 시장을 조기에 확대하고 성장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로엔의 다음 숙제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창작자들이 가치있게 만든 콘텐츠를 경제적 효율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한류의 경제적 효과가 몇조라는데 콘텐츠 사업자에게 균형 있게 나뉘지 않으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 SK텔레콤이 기획한 멜론은 어떤 목표로 출범했나.

▲ 2001년 5천억 규모로 정점을 찍은 음악 시장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되면서 불법이 만연했다. 2000년대 초중반 합법적인 음악 비즈니스는 SK텔레콤의 컬러링(휴대전화연결음)과 벨소리, 싸이월드의 BGM(배경음악) 서비스 등에 불과했는데 인기였다. 그래서 음악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해보자고 준비한 게 멜론이다. 사업 초기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나아가 콘텐츠 자체로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음악이 유료로 쓰이도록 편리하고 가치있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한 끝에 2010년 멜론이 흑자 전환을 했다.

-- 멜론이 이 과정에서 최초로 시도한 게 있다면.

▲ 서비스적인 혁신이다. 첫 번째는 음악을 빌려 듣는 ‘렌털형 정액제’를 만든 것이다. 싸게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와 비싸게 팔고 싶어하는 양측을 수용해 최초로 만든 게 월정액 5천 원을 내고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무제한 사용하는 기간 이용제 요금이다. 당시 인구당 CD 3장을 산다는 통계가 있었는데, 월 5천 원에 대한 소비자 지불 의향을 조사하니 20%가 나왔다. 1년간 이용하면 6만 원이니 1만 원 하는 CD 6장을 사는 개념이었다. 개별 곡으론 저렴하지만, 많이 쓰는 걸 전제한다면 유익할 것이라 여겼다. 두 번째는 10주년을 맞아 론칭한 새로운 플랫폼인 ‘MLCP’(Music Life Connected Platform)다. 지난 10년간 멜론 이용자의 음원 소비 이력 등 빅데이터를 포함한 핵심 자산을 기획사와 가수에게 개방한 플랫폼이다.

-- 새로운 플랫폼(MLCP)을 선보인 배경은.

▲ 콘텐츠 생산자와의 상생이다. 멜론의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월 순방문자수(UV)가 500만 명, 월 유료 이용자수가 300만 명이다. 이들이 생성한 ‘뮤직 라이프’ 데이터를 생산자에게 제공하면 타깃층에 맞는 콘텐츠 기획과 프로모션에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2013년부터 수백억 원을 들여 설계했다. 멜론이 이전엔 물건을 전시·판매하는 가게였다면, 지금은 오픈 플랫폼으로서 놀이터와 카페 등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 된 것이다.

-- 어떤 효과가 있나.

▲ 빅스타보다 매스미디어를 이용하기 어려운 인디 뮤지션 쪽 반응이 더 좋다. 예를 들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몇 명인지 구분해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팬이 설령 100명인 뮤지션도 그들에게 바로 소식을 보낼 수 있다. 특정 뮤지션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니 생산자가 음악을 알리는 고민, 마케팅 비용을 덜어준 셈이다. 앞으로는 생산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생각이다.

-- 증권가에서는 로엔이 올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 음악 감상 시장이 지속할 것이란 추정과 로엔이 멜론을 통해 시장을 견인한 만큼 향후에도 리더십을 가질 것으로 본 것 같다. 그러나 재무적인 측면으로 해석되지 않는 성장도 있다. 그래서 MLCP와 더불어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음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으로 산업화가 되려면 재능있는 분들이 콘텐츠를 잘 만들 환경이 필요하다. 세일즈 측면의 비즈니스, 법률적인 문제 등을 도와 인재가 음악 역량을 발휘하는 시스템을 갖춘 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다.

-- 로엔이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가.(로엔은 아이유가 소속된 레이블 로엔트리, 피에스타가 소속된 콜라보따리를 자체 설립했으며 2013년 12월 씨스타가 있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레이블로 편입했다.)

▲ 레이블 체제는 음악회사 자본으로 레이블과 생산부터 판매까지 분업 및 협업하는 구조다. 함께 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고, 제반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나누는 따로 또 같이 시스템이다. 대신 로엔은 레이블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리스크를 짊어진다. 레이블을 한 군데 더 추가할 예정으로 앞으로 확장 계획도 있다.

-- 음악 시장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자. 월정액 상품이 음원 가격 하락에 한몫했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지금의 음원 가격은 적정한가.

▲ 소비자는 지불 의향보다 높으면 ‘비싸다’ 하고, 생산자는 노력을 100 했는데 시장에서 50을 주면 ‘헐값에 판다’고 여긴다. 생산자 입장에서 원가와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적다는 건 분명히 맞다. 다만 소비자의 지불 의향이 좀 더 중요한 것 같다.

-- 세계적으로 음악 시장은 스트리밍이 대세다. 밀크, 비트 등 라디오 방식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생겨났는데.

▲ 음악을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등 다른 목적으로 인해 생기는 시장 교란이 염려된다. 특히 돈을 내고 음악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수년에 걸쳐 이룬 컨센서스를 일부 힘있는 사업자가 흔드는 건 안타깝다. 소비자에겐 당장에 좋은 일일 수 있지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 삼성전자, 네이버, 다음카카오 뿐 아니라 이젠 구글, 애플 등 해외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 과거엔 벅스, 소리바다가 경쟁자였다면 지금은 음악 사업에 뛰어든 모든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생존법은 그 업체들과 다른 경쟁을 하거나 같은 경쟁을 하더라도 더 잘하는 걸 찾는 것이다. 우린 음악을 투자·유통하고 서비스하는 수직계열화한 회사다. 구글보다 IT(정보기술) 역량은 떨어져도 음악 생산자의 요구와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해결하려 한다. 이 점이 경쟁력이다.

-- 음원 소비 주기가 빨라 국민 히트곡이 나오기 어려운 시장인데 어떻게 전망하나.

▲ 과거에는 멜론 이용자가 젊었는데 지금은 연령대가 10대부터 40대까지 고르게 분포했다. 음원 차트도 그런 측면에서 특정 세대의 지지를 얻는 아이돌 음악이 10위권에 들어오기 어려워졌다. 대신 박효신과 성시경의 발라드, 예전에 없던 힙합 등이 차트 상위권에 등장하는 등 음악이 좋으면 강세를 띠는 구조로 확실히 장르의 다양성이 넓어졌다. 가볍고 빠르게 가는 건 음악적인 담론만이 아닌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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