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64일…MBC 시청률 잔혹사

파업 164일…MBC 시청률 잔혹사

입력 2012-07-11 00:00
수정 2012-07-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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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최하위로 추락..총체적 침체

파업 164일을 맞은 MBC가 시청률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그나마 체면치레를 해줬던 월화극 ‘빛과 그림자’마저 종영하면서 시청률 15%를 넘는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노조의 업무복귀가 이뤄지더라도 부진의 늪이 깊어 시청률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MBC 시청률 ‘잔혹사’ = 11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전날 MBC의 오후 5시-밤 12시대 평균 시청률은 3.8%로 지상파 방송 3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청층이 집중되는 이 시간대 시청률은 KBS 1TV가 11.6%로 가장 높았고 SBS 8.4%, KBS 2TV 6.7% 순이었다. MBC의 시청률은 KBS 1TV의 3분의 1, SBS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9일에도 MBC의 오후 시간대 평균 시청률은 3.9%에 그쳤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시청률 부진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MBC의 6월 평균 시청률은 4.7%로 작년 동기 대비 2.0%포인트 하락했다. 파업 전인 1월 8%대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작년 한 해 전체 평균 시청률은 6.7%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5% 초반까지 떨어졌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 기준으로 MBC는 올해 상반기 시청률 5% 미만 프로그램 비율이 77.9%로 지상파 3사 중 가장 높았다. 5% 미만 비율이 가장 낮은 KBS 1TV와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보도·예능·드라마 총체적 침체 = 시청률 부진은 부문을 가리지 않는다.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데스크’는 지난 7일 1.9%(이하 AGB닐슨 기준)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23주째 재방송으로 대체되면서 시청률이 15%대에서 3%대까지 추락했다.

정상 방송 중인 장수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일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놀러와’는 지난 9일 3.8%에 그쳤고 ‘라디오스타’도 4일 방송에서 1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신설 프로그램 수난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선보인 ‘주얼리하우스’는 1%, ‘무한걸스’는 2%대에 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파업의 영향이 덜한 드라마도 부진에 빠졌다.

’닥터진’과 ‘무신’은 10%대 초반, ‘아이두 아이두’는 한 자릿대에 머물고 있다. 기대를 모은 ‘골든타임’도 SBS ‘추적자’의 기세에 밀리며 동시간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광고매출도 크게 줄었다. 올해 5월까지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98억원 감소했다.

◇핵심인력 이탈로 제작차질 = 시청률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는 파업에 따른 제작차질을 들 수 있다. 제작 노하우가 부족한 대체 인력이 급하게 투입되면서 졸속제작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일밤’의 경우 외주제작에 기대기 시작한 후 신설 코너들이 잇따라 조기종영됐고, ‘무한걸스’처럼 케이블 방송용 콘텐츠를 그대로 끌어온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방송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MBC노조 편성제작부문 한재희 간사는 “핵심인력이 파업으로 빠지다보니 자체 제작도 문제지만 좋은 외주 기획안을 고르고 드라마 라인업을 정교하게 짜야할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측 관계자는 “충분한 훈련을 받아온 기존 인력과 대체 인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한 프로그램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데 투입된 지 한 달 정도 불과한 인력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파업 끝나도 당장 회복 어려울 듯 =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은 채널 선호도 하락과 고정층의 이탈로 이어지면서 시청률 부진의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TNmS 김기훈 국장은 “MBC의 시청률 하락에는 채널 고정층의 이탈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프로그램 고정 시청층이 이탈하는 데는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족과 함께 채널 전체에 대한 선호도의 하락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의 업무복귀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방송 재개를 염두에 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사측은 최근 부진에 빠진 ‘놀러와’를 구하기 위해 신정수 PD를 다시 투입하기로 했다.

세시봉 신드롬을 일으키며 ‘놀러와’의 전성기를 이끈 신정수 PD는 파업 종료 후 정직 1개월이 끝나면 ‘놀러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일부 예능 프로그램도 촬영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심을 모은 ‘무한도전’의 런던행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김태호 PD는 11일 오후 트위터에 “복수의 ‘관계자’ 여러분 너무 앞서가지 맙시다. 조용히 지켜봅시다”란 글을 남기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노조는 이날 부문별 간담회를 마치고 12-13일 직능별 간담회를 추가로 열어 업무복귀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다.

그러나 노조가 업무복귀를 하더라도 당분간 시청률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락한 채널 선호도를 회복하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제작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있다.

한재희 간사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7-8주가 소요되는데 촬영이 바로 재개됐다고 해서 예전과 같은 결과물이 금방 나오지는 않는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간부들과 제작현장에서 갈등도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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