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발달된 자아가 광기 낳아”

“과도하게 발달된 자아가 광기 낳아”

입력 2011-09-26 00:00
업데이트 2011-09-2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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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타락’ 출간

중앙아프리카 피그미족과 3년을 산 영국의 인류학자는 피그미족에게 삶이란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하며 근심 걱정이 없는 대단한 것”이라고 기록했다.

미국의 작가 진 리들로프는 남아프리카의 타우리파 인디언들에 대해 “내가 본 이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썼다.

문명과 거리를 두고 원시에 가깝게 사는 종족들이 문명사회의 사람들보다 더 만족감을 느끼고 산다는 기록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막연한 불안감이나 강박관념,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이나 전쟁, 억압, 불평등 등 모든 부조리는 문명사회에 사는 이들만의 특징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원시에서 문명사회로 건너오는 어딘가쯤에 인류에게 이 모든 병리현상을 가져다준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국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는 책 ‘자아폭발-타락’(다른세상 펴냄. 원제 ‘The fall’)에서 “지난 6천년 동안 인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병을 앓아 왔다”며 “이러한 모든 광기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자아폭발’”이라고 말한다.

”타락이란 6천 년경 전에 어떤 인류 집단의 정신에 발생한 어떤 변화를 지칭한다. 타락은 이 사람들이 자아에 대하여 강하고 예민한 인식을 발달시킨 역사적 순간이었다. 타락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나’ 또는 개인성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심화되는 것이다.”(159쪽)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인 기원전 4천 년경 공동매장의 오랜 관행이 개인매장으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이 무렵부터 기록과 명문(銘文)들에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의 발언 등이 언급됐다고 한다. 자아 인식이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자아가 급속도로, 과도하게 발달한 ‘자아폭발’이 고독과 죽음의 공포 등 정신적 고통을 가져왔고 이러한 정신적 불화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쾌락과 물질주의 등을 추구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5년간 고고학과 인류학에 대한 무수한 책과 학술 논문을 읽으면서 집필했다는 이 책에서 저자는 원시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폭넓게 되짚으며 현대 사회 병리현상의 근원과 이를 극복하고 인류가 되찾아야 할 모습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인류가 걸어온 길을 ‘진보’가 아닌 ‘퇴보’로 보는 테일러의 관점은 다분히 비관적이지만 그는 ‘타락 초월’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있다면 이러한 광기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아폭발’은 인류의 역사와 관련된 책이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며 “나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 역사를 채웠던 광기로부터 우리를 천천히 벗어나게 하는 진화적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건전함의 시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나는 끈질긴 광기의 영향으로 인해 인류가 하나의 종(種)으로서 자멸하기 전에 우리가 제때에 건전함의 시대로 도달하기를 희망한다.”(9쪽)

우태영 옮김. 464쪽. 2만2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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