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高와 最古 천상의 선율

最高와 最古 천상의 선율

입력 2011-02-28 00:00
업데이트 201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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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휘자 샤이, 268년 전통 LGO와 내한공연

오케스트라는 나이를 허투루 먹는 법이 없다. 268년 전통의 세계 최고(最古)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에 특별한 믿음이 가는 이유다.

‘게반트하우스’(직물공장)란 유별난 이름이 붙은 까닭은 1743년 라이프치히의 상인들이 12명의 연주자를 직물공장으로 불러들여 음악회를 연 것을 계기로 오케스트라가 창단됐기 때문. 궁궐에서 왕이나 귀족들이 즐기는 호사였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여염’에서도 들을 수 있는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 LGO란 얘기다.

본격적인 명성을 떨친 것은 1835년 멘델스존이 종신 지휘자로 활약하면서다. 먼지에 묻혀있던 바흐를 재발견하고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을 초연하는 등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것. 그 LGO가 다음달 7~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16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LGO에 화려한 옛 명성을 되찾아준 명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58)와 함께한다.

7일에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함께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친숙한 멜로디를 특유의 단단한 리듬감으로 요리하는 샤이의 솜씨를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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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심장병을 앓고 난 뒤 무척 부드러워졌지만 막상 연주에 들어가면 원래 성격이 나온다는 리카르도 샤이. 세계 최고(最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옛 명성을 되찾아준 지휘자로 꼽힌다. 빈체로 제공
2008년 심장병을 앓고 난 뒤 무척 부드러워졌지만 막상 연주에 들어가면 원래 성격이 나온다는 리카르도 샤이. 세계 최고(最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옛 명성을 되찾아준 지휘자로 꼽힌다.
빈체로 제공
●80분짜리 브루크너 교향곡 압권

하이라이트인 8일은 연주시간 80분짜리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이 프로그램의 전부다. 5만~28만원(7일은 6만~30만원)에 이르는 티켓 값을 생각하면 조금 야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LGO와 샤이의 최고 조합은 브루크너 아니면 말러”라는 조윤진(28) LGO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리카르도 무티,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더불어 이탈리아 출신 3대 지휘자로 꼽히는 샤이는 음악학교(밀라노 베르디음악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지휘에 큰 뜻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페터 마그가 지휘하는 브루크너를 듣고서 지휘자의 꿈을 꾸게 된다. 2008년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샤이가 복귀하고서 처음 연주했던 레퍼토리 역시 브루크너였다. 그만큼 브루크너는 샤이에게 특별한 존재다. 거대한 건축물의 골조를 쌓아가며 디테일과 경건함을 채워 넣는 것으로 정평이 난 샤이와 LGO의 브루크너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건 드문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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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와 함께 한국을 찾는 LGO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진.
샤이와 함께 한국을 찾는 LGO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진.
●빛 잃어가던 LGO에 숨을 불어넣다

샤이는 그동안 한국팬에게 인색했다. 1984년 영국 로열 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을, 1996년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보를 이끌고 프로코피예프를 연주한 이후 발길을 끊었다.

2005년 샤이가 16년간 이끌었던 로열콘세르트헤보를 떠날 때 세간의 관심은 온통 그의 선택에 쏠렸다.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오스트리아 빈필하모닉과 더불어 세게 ‘빅3’로 꼽히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스스로 그만둔 뒤 고른 파트너는, 다름 아닌 LGO였다.

당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아에로플로트(낡고 불친절함의 대명사인 러시아 항공사)로 옮긴 격”이라고 할 만큼 LGO는 활력을 잃은 상황. 그러나 샤이는 LGO의 기존 레퍼토리를 존중하면서도 야나체크, 드보르자크,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 드뷔시, 라벨 등을 소개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2008년부터 샤이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윤진씨는 “(전임 지휘자인) 쿠르트 마주어는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그를 무서워하는 단원들이 많았지만 (샤이 취임 이후) LGO에는 더 이상 그런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샤이가 심장질환을 앓고 난 뒤 부드러워졌다고들 한다.”면서 “막상 연주에 들어가면 원래 성격이 나오지만 예전보다 따뜻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2-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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