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성전·월호스님 등 꼽아
불교에서는 교학(敎學)에 힘쓴 스님을 학승(學僧), 참선 수행에 힘쓴 스님을 선승(禪僧)이라 한다. 그럼 법정 스님은 어느 쪽일까.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사유를 현대인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글로 전했다는 점에서 ‘문승(文僧)’이라 불리기도 한다. 스님은 불교계는 물론 출판계에서도 거물이었다. 그렇다면 법정 스님이 떠나고 난 지금, 스님의 뒤를 이을 문승은 누가 있을까.

선사, 수행승들의 생활을 이야기한 스님의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뜰 펴냄)는 1년여 만에 3만부 가까이 나갔다. 일반 문학서적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초쇄 2000부도 팔기 힘든 종교에세이 분야에서는 베스트셀러 급이다. 최근 출간된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호미 펴냄)도 벌써 1만부가량 나갔다.
불교계 ‘라디오 스타’로 유명한 성전 스님(남해 용주사 주지)과 월호 스님(하동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도 손꼽히는 글쟁이들이다.
불교방송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는 성전 스님은 지난달 기도시집 ‘이 세상에 당신과 함께 있어 기쁩니다’(마음의숲 펴냄)를 내고 팬들과 함께 북콘서트도 열었다. 지난해 낸 ‘삼천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마음의숲 펴냄)는 2만부 이상 팔렸다. 스님은 교보문고가 선정한 ‘스타작가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월호 스님이 인연을 주제로 쓴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마음의숲 펴냄)는 5만부 이상 판매됐고, 금강경을 쉽게 풀어 쓴 ‘행복도 내 작품입니다’(마음의숲 펴냄)도 2만부가량 팔렸다.
‘나도 때론 울고 싶다’(불광출판사 펴냄), ‘지혜의길’(불교방송 펴냄) 등을 쓴 서산 부석사 주지 주경 스님이나,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불광출판사 펴냄)을 쓴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도 빼놓을 수 없는 문필가 스님이다.
김연희 도서출판 뜰 대표는 “스님들의 에세이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나 처세서와 달리 인생 자체를 달리 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3-1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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