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히로시마 피폭 위령제 인사말 ‘재활용’ 논란

아베, 히로시마 피폭 위령제 인사말 ‘재활용’ 논란

입력 2014-08-08 00:00
업데이트 2014-08-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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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바꾼 작년 인사말 그대로 낭독…피폭자단체 반발

올해 히로시마(廣島)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작년 것을 베낀 것으로 보이는 인사말을 반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일본 총리관저가 공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피폭 69주년인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위령 행사에서 아베 총리의 인사말은 작년 8월 6일 같은 행사에서 낭독한 것과 앞·뒷부분이 거의 같았다.

아베 총리는 올해 위령제에서 “히로시마시 원폭사망자위령식, 평화기원식에 임하며 원자폭탄에 희생된 분들의 영혼에 대해 삼가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바칩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 부분을 포함해 앞부분 세 단락은 “68년 전 아침”을 “69년 전 아침”으로 바꾸고 “사방에서 울어대는 매미가 지금도 침묵을 깨는”이라는 수식어구를 뺀 것 외에는 작년 인사말과 완전히 같았다.

올해 행사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려 매미 울음에 관한 표현을 쓰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과 생존한 피폭자의 평안을 기원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마지막 한 단락은 중간에 “세계”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을 빼고 완전히 똑같았다.

올해 행사에서 아베 총리가 인사말을 낭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4분10초였으며 이 가운데 작년 것을 사실상 재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앞부분 세 단락과 뒷부분 한 단락이 2분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가미카와 아야(上川あや) 도쿄도(東京都) 세타가야(世田谷) 구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베 총리의 작년과 올해 인사말을 비교한 사진을 올리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7일 오전 지적했다.

이 트윗은 7일 오후 11시30분 현재 5천800회 이상 리트윗됐다.

다른 누리꾼은 오키나와 전몰자 추도식에서 아베 총리가 읽은 작년과 올해 인사말의 유사성이 더욱 놀랍다며 이를 비교한 결과를 게시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모두가 중요하게 여기는 엄숙한 위령비 앞에서 작년과 같은 인사말을 하는 것은 히로시마나 피폭자, 평화를 경시한다는 증좌다. 그것이 저류에 있기 때문에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을 각의 결정한 것이 아니겠냐”는 오코시 가즈오(大越和郞) 히로시마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핵 군축이나 피폭자 원호 등 1년간의 시책 진전(에 관한 내용)이 인사말에 담겨 있어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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