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역사수정주의…야스쿠니 전문가가 본 참배

노골적 역사수정주의…야스쿠니 전문가가 본 참배

입력 2014-02-24 00:00
업데이트 2014-02-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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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靖國)신사의 정치적 의미를 연구해 온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81) 오사카(大阪)대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전후 일본을 지탱해 온 역사 인식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경제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참배를 단행한 점과 그의 측근이 최근 잇따라 내놓은 참배 옹호론을 통해 이들의 몰 역사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고야스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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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전문가인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 오사카(大阪)대 명예교수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했다’는 아베 총리의 해명이 야스쿠니 신사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할 때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고야스 명예교수가 22일 오전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도쿄역 인근에서 연합뉴스의 취재에 응하는 모습.  연합뉴스
야스쿠니 신사 전문가인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 오사카(大阪)대 명예교수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했다’는 아베 총리의 해명이 야스쿠니 신사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할 때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고야스 명예교수가 22일 오전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도쿄역 인근에서 연합뉴스의 취재에 응하는 모습.
연합뉴스


--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을 어떻게 보는가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등 이전 총리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지만 아베 총리의 참배는 성격이 꽤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전후 세계 체제에 대한 도전·도발이며 역사 수정주의자로서의 이데올로기를 확실히 표현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참배는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행동으로 매우 위험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표현되는 역사 수정주의적 국가주의 사상은 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참배 때 부전(不戰)의 맹세를 했다고 해명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 그것은 거짓말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 추도시설이 아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전쟁에 의한 군사적 희생자를 영령으로, 호국의 신으로 모셔 제사를 지내는 시설이다. 일왕을 최고 제사장으로 하는 국가신도(神道) 제사 체계의 중심에 있는 것이 이세(伊勢)신궁과 야스쿠니 신사다. 야스쿠니 신사는 국가신도와 더불어 ‘전쟁하는 국가, 제사 지내는 국가’의 형태로 군사대국으로서 일본을 지탱했다. 전후에 일본이 평화헌법을 만들면서 ‘전쟁하지 않는 국가, 제사 지내지 않는 국가’로 전환했는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전쟁하는 국가, 제사 지내는 국가’로서의 일본을 다시 주장하는 것이다.

--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이들은 정치인의 참배에 대한 비판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선조를 기리려고 참배한다고 얘기한다. 아베 총리는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인가

▲ 일본 국민도 혼동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의식적으로 전몰자를 추도하기 위해 참배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다. 아베의 거짓말을 국민의 다수가 믿고 있다. 거기다 아베 총리는 ‘어느 국가든 지도자가 희생자를 추모하고 나도 같은 것을 한다’고 얘기하지만, 야스쿠니 신사는 그런 의미의 장소가 아니다. 일본군뿐만 아니라 많은 전쟁 희생자에 대한 추도 행사에는 일왕도 매년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가 굳이 야스쿠니 신사를 고집하는 것은 야스쿠니에서 표현되는 국가체제의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베 총리가 참배할 것이 애초에 충분히 예상됐는가

▲ 아베 내각은 중의원에서는 다수를 점했지만, 참의원은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만을 전면에 내세웠다. 작년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역사수정주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세력 기반이 안정된 후 자신감을 갖고 본래의 역사 수정주의를 향해 서둘러 나가고 있다.

-- 아베 총리의 보좌관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참의원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미국에 대해 “오히려 우리 쪽이 실망했다”는 발언을 유튜브에 올렸다. 가뜩이나 국제적 비판이 거센 상황에 왜 이런 행동이 이어지는가

▲ 미국으로부터의 비판을 없애려면 결국에는 참배를 중단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또 이들에게는 참배가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에 관한 인식이 없다. 국제 감각이 매우 둔한 것이다.

-- 참배와 관련해 한일 관계나 미일 관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 참배를 계속하는 한 긴장 상태가 지속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역사 수정주의자로서의 면모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하나의 예로 드러났을 뿐이다. 집단자위권, 개헌, 교육제도 변경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참배를 계속할지 그만둘지 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베 총리가 생각을 바꿀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전술적으로 참배하지 않는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은 견제할만한 야당이 없어서 아베 총리가 원하는 것을 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 아베 총리를 견제할 다른 변수는 없는가

▲ 자민당에는 원래 자유주의자도 포함되지만, 이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선거제도는 아주 불완전해서 낮은 투표율과 연정에 의한 정권 구성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전체 유권자의 20∼30% 지지를 받는 이들이 다수를 점하는 게 문제다. 일본인이 아베 총리에게서 멀어지는 이유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이며 4월에 예정된 소비세 인상 등이 변수다.

--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서 우익 인사로 평가받은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후보가 젊은 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 일본이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형태로 국가를 운영했고 그런 것이 70년가량 되면서 일본인이 정치적 감각, 정치성을 상실하고 경제만 생각하는 바보가 됐다. 특히 전쟁의 기억, 전후 기억을 지니지 못한 세대가 주류가 되면서 정치를 모르게 되고 국제 감각이 없어졌다. 그런 정치 바보의 대표가 아베 총리다. 아름다운 일본, 강한 일본을 만들자는 구호만 있다.

-- 지금 젊은이에게 조언한다면.

▲ 젊은이들이 외국에 나가서 외부의 시선으로 일본을 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국제적으로 볼 때 일본이 비상식적인 상태에 있다는 것을 봐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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