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부 진상조사 보고서 공개에 제동
수 그레이 ‘반쪽’ 보고서·지연 불가피
‘사퇴 위기’ 존슨 총리, 시간 벌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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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게이트를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선 경찰이 정부 진상조사 보고서의 일부 내용 공개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여야 의원들은 경찰이 퇴진 위기에 놓인 존슨 총리 구하기에 나섰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보고서 제출도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조사 책임자인 영국 내각부 소속 공무원 수 그레이는 애초 이번 주내에 완성된 보고서를 존슨 총리에게 제출할 예정이었다. 존슨 총리는 보고서를 받는대로 의회에 공개해 하원 의원들이 세부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보수당의 의원 다수는 이른바 ‘그레이 보고서’를 본 후 존슨 총리의 사퇴를 정식으로 요구할 지 결정하겠다는 분위기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파티 게이트’를 조사하는 수 그레이 내각부 제2차관.
AP 자료사진 연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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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에 따르면 그레이는 정부 고위 인사들의 비위를 잡아내며 ‘조용히 영국 정부를 움직여온 힘 있는 인물’로 묘사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그레이는 최소 15건 이상의 파티 의혹을 살펴본 것으로 추정된다. 사적 모임이 제한되던 2020년 봄부터 지난해 봄까지 약 1년간 벌어진 사건이다.
● 코로나 봉쇄기간 벌어진 15건의 파티존슨 총리와 당시 그의 약혼녀였던 캐리 여사, 17명의 총리실 직원들이 2020년 5월 15일 다우닝 10번가 총리관저 정원에서 와인과 치즈를 놓고 대화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당시는 실외 사적 모임인원이 2명으로 제한되던 시기였다.
5일 뒤에는 같은 총리관저 정원에서 본인이 마실 술은 본인이 가져오는 이른바 BYOB(Bring Your Own Booze) 파티가 열렸다. 총리실 고위 간부가 직원 100여명을 초대한 이메일 초대장이 언론에 유출됐다.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 방역 조치가 적용되던 지난해 5월 15일 관저에서 보리스 존슨(원 안) 총리가 아내 및 직원들과 와인을 마시는 모습.
영국 가디언 캡처
영국 가디언 캡처
이밖에도 총리관저에서 존슨 부부가 참석한 파티(2020년 11월 13일), 재무부의 음료파티(11월 25일), 총리 보좌관 클레오 왓슨의 퇴임 기념 파티(11월 27일), 국방부 장관 퇴임 파티(12월), 개빈 윌리엄슨 당시 교육부 장관이 주최한 크리스마스 파티(12월 10일), 와인냉장고가 총리실에 통째로 배달된 ‘금요일 와인파티’(12월 11일), 보수당 당사에서 열린 런던 시장 후보 숀 베일리 선거캠프의 크리스마스 파티(12월 14일), 존슨 총리가 참여한 총리실 크리스마스 퀴즈 행사(12월 15일), 사이먼 케이스 내각부 장관의 집무실에서 개최된 크리스마스 파티(12월 17일), 총리실 크리스마스 파티(12월 18일) 등 각종 파티 의혹이 동영상, 사진 등의 증거와 함께 터져나왔다.
홀로 앉은 영국 여왕… 70여년 곁 지킨 필립공 영면에 들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7일(현지시간)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이 거행된 런던 교외 윈저성의 성조지 성당에 홀로 앉아 상념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에 이날 장례식엔 30명만 참석했고, 여왕은 동거가족 외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며 네 자녀 일가와 떨어져 홀로 앉았다. 1947년 여왕과 결혼해 74년 동안 곁을 지켰던 필립공은 99세를 일기로 지난 9일 별세했다.
윈저 AP 연합뉴스
윈저 AP 연합뉴스
파티와 관련된 모든 기록에 대한 접근을 약속받은 그레이와 감사팀은 총리실과 내각에서 벌어진 모임의 성격과 목적, 참여인사들을 파악해 방역수칙 위반 행위인지 판단하고,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 사건의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식으로 약 50일에 걸쳐 조사를 진행해왔다.
● 총리 수사 미적대던 경찰, 갑자기 태도 바꿔런던경찰청은 지난 25일 경찰이 파티게이트에 언급된 8개의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내각부(그레이 팀)가 공유한 정보를 통해 확인한 코로나19 봉쇄기간 총리실과 정부청사에서 벌어진 방역지침 위반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크레시다 딕 영국 런던경찰청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연루된 ‘파티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크레시다 딕 영국 런던경찰청장. 2022.1.25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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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딕 청장은 의회 경찰범죄위원회에 출석해 “통상적으로 소급 수사는 하지 않지만,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거나 수사하지 않으면 법의 정당성이 훼손될 경우에는 실시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개입은 존슨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찰이 지난 28일 그레이 보고서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언급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히면서다.
경찰은 “보고서 보류 등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조사에 대한 편견을 피하기 위해 보고서 내용에 대해 내각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그레이는 경찰의 요구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기간 내내 경찰과 소통하며 모든 자료를 공유해왔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 보수당조차 “경찰의 국정 간섭” 비판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맞는 시민 지켜보는 영국 총리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맞는 시민 지켜보는 영국 총리
(런던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15일(현지시간) 런던 동부의 백신 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추가접종(부스터샷)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은 이날 40대에도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시작하며 16~17세에 대한 2차 접종을 한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백신 접종 완료의 개념에 ‘부스터샷’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1.11.16
(런던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15일(현지시간) 런던 동부의 백신 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추가접종(부스터샷)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은 이날 40대에도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시작하며 16~17세에 대한 2차 접종을 한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백신 접종 완료의 개념에 ‘부스터샷’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1.11.16
자유민주당은 “기득권 세력인 경찰과 정부의 치명적인 봉합”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당수인 키어 스타머 경은 “정부가 존슨의 속임수에 놀아나고 있으며, 그를 살리려는 세력에 의해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에서조차 경찰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보수당 하원의원인 크리스토퍼 초프 경은 “경찰이 국정에 간섭하려고 지위를 남용했다”며 “경찰은 총리를 돕기 위해 그레이의 보고서 발행에 제동을 걸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일 다우닝가 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의무화와 거리 두기 등 규제 장치를 오는 12일 최종 결정을 통해 19일 모두 풀겠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히며 목이 타는지 목을 축이고 있다.
런던 풀기자단 AP 연합뉴스
런던 풀기자단 AP 연합뉴스
보수당 소속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고의적인 위법행위의 증거가 있다면 전적인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규칙을 정하는 사람들이 규칙을 따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