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남은 해골 같다” 나발니 “푸틴은 벌거숭이 임금님”

“뼈만 남은 해골 같다” 나발니 “푸틴은 벌거숭이 임금님”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4-30 05:47
업데이트 2021-04-3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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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교도소에 수감되기 얼마 전의 모습(왼쪽)과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참전용사 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 화상으로 참석한 모습. 그는 이날 부인 율리아와의 대화를 통해 지난 1월 94㎏이었던 몸무게가 석달 만에 72㎏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AFP 자료사진·모스크바 AP 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교도소에 수감되기 얼마 전의 모습(왼쪽)과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참전용사 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 화상으로 참석한 모습. 그는 이날 부인 율리아와의 대화를 통해 지난 1월 94㎏이었던 몸무게가 석달 만에 72㎏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AFP 자료사진·모스크바 AP 연합뉴스
24일째 옥중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던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5)의 수척해진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몰라볼 정도로 여읜 모습이었다.

모스크바 바브쉬킨스키 지방법원은 29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그가 수감 중인 모스크바 근교 교도소와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했다. 그는 예비역 대령 이그나트 아르테멘코(93)를 중상·비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월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날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유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짧게 자르고 턱선이 드러날 정도로 수척해진 나발니는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 아르테멘코의 동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에 끌어다 올리며 개헌을 지지한 그를 ‘매수된 하인’, ‘양심 없는 사람’, ‘반역자’라고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 1심은 나발니의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85만 루블(약 1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항소심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모든 심리 과정은 (재판 문서에 포함된) 아르테멘코의 서명과 마찬가지로 가짜”라고 주장했다. 수척해진 모습과 달리 어조는 여전히 단호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탄압의 배후로 푸틴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푸틴을 유명 동화의 ‘벌거숭이 임금님’에 비유했다. 나발니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영원히 (나라를) 다스리고 싶어 한다. 그가 권력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그가 계속 집권하면 이미 잃어버린 10년에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이 추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인 율리아 나발냐가 법정에 나와 재판 전 허락된 화상 통화를 통해 남편에게 몸 상태 등을 물어보고 답을 들었다. 나발니는 석 달 사이 몸무게가 22㎏이나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독일 병원에서 독극물 중독 치료를 받고 모스크바로 돌아왔을 때 94㎏였는데, 최근 가장 마지막으로 쟀을 때 72㎏으로 7학년(중1) 때의 몸무게였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을 앞두고 교정 당국은 내가 괜찮아 보이도록 목욕탕으로 데려갔다. 그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뼈만 남은 해골 같았다”면서 “하루에 죽 네 숟갈을 먹는다. 오늘은 다섯 숟갈, 내일은 여섯 숟갈로 늘어날지 모른다”고 전했다.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냐가 이날 항소심 재판 시작 전 옥중 남편을 화상으로 연결해줄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옆은 두 딸로 보인다.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냐가 이날 항소심 재판 시작 전 옥중 남편을 화상으로 연결해줄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옆은 두 딸로 보인다.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나발니가 이끄는 비정부기구(NGO) ‘반부패재단’은 이날 러시아 사법당국이 나발니에 대한 또 다른 형사사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 등의 NGO를 조직해 운영해온 것과 관련, 시민의 인격과 권리를 침해하는 종교단체 혹은 사회단체를 조직한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 나발니는 또다시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반부패재단 측은 우려했다.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정적으로 통하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항공기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올해 1월 귀국했으나 곧바로 체포됐다. 그는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지난달 31일부터는 단식 투쟁에 들어갔는데 교정 당국이 자신의 마비 증상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변호인단과 야권은 심정지로 사망할 위기에 놓였다며 병원 이송을 촉구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주 교정 당국이 외부 의사의 진료를 허용하면서 23일 단식을 중단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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