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의 역설…돈방석 앉자 방향성 논란

샤를리 에브도의 역설…돈방석 앉자 방향성 논란

입력 2015-02-26 11:29
업데이트 2015-02-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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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이후 재정이 넉넉해지자 신문의 미래를 두고 내부 균열에 봉착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50만 유로(약 6억원) 안팎이었던 샤를리 에브도의 수익은 2006년 논란을 빚은 무함마드의 캐리커처로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지만, 이후 독자가 줄면서 2009년에는 14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고 편집장이 교체됐다.

이후 12명의 상근 직원 해고, 신문용지 교체, 사무실 교외 이전 등으로 비용을 절감했고, 2011년에는 다시 사무실 방화 사건을 불러온 무함마드 캐리커처로 65만5천 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흥행 효과는 오래가지 않아 2013년에는 다시 적자 상태에 빠졌고 지난해에는 직원들의 임금과 유통비용을 삭감하고 사무실도 더 작은 곳으로 다시 옮겼다. 샤를리 에브도의 변호사는 당시 “법정에 나가 채권자들과 협상하는 게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달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쿠아치 형제가 파리의 사무실에서 총기를 난사해 편집장 등 12명이 희생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테러 이전 발행 부수가 6만 부에 불과했던 샤를리 에브도는 테러 이후 ‘언론의 자유’를 상징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언론사 중 하나가 됐고, 생존자들이 발행한 최신호는 전 세계에서 800만 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인쇄·유통 비용을 제하고도 수익은 1천200만 유로(약 15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여기에 1년에 100유로(약 12만5천원)를 내는 정기 구독자 25만 명이 신규 등록했고, 400만 유로(약 50억원)의 기부금도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수익을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하는 자리에서 직원 다수는 조합이 모두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샤를리 에브도의 주주인 로랑 수리소 수석 편집장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하며 회의장을 뛰쳐나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직원들은 또 소유주들에게 주식을 포기하고 운영을 직원들에게 넘기라고 압박했지만 수리소를 비롯한 간부들은 변화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제라르 비아르 편집장도 “조합이 신문을 운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돈이 사람들을 미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 분열은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신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상징적인 역할은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일부는 수용해야 한다며 의견이 엇갈린다.

만평가인 파트리크 펠루는 “우리는 자유를 상징하는 세계 신문이 되야 한다”며 “그것은 막중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쟁의 와중에 풍족한 자금과 늘어난 독자 때문에 논조를 바꿔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한 동의는 내부에서 널리 자리 잡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의 흑자 규모는 정확하지 않다. 샤를리 에브도는 기부금 전체를 희생자 가족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고, 새 사무실도 보안 시설을 강화해 보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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