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양손 묶고 물에 밀어넣어…中 ‘군대식 캠프’에 ‘아동학대’ 뭇매

어린이 양손 묶고 물에 밀어넣어…中 ‘군대식 캠프’에 ‘아동학대’ 뭇매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4-07-01 19:48
수정 2024-07-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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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의지력 심어준다”
中서 ‘군대식 훈련’ 캠프 성행
가혹 훈련에 ‘아동학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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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서 운영되는 ‘창세마훈’ 캠프에서 교관이 11세 소년의 손을 뒤로 묶고 머리를 물에 반복해 밀어넣으며 수영 훈련을 시키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돼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엑스(X)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서 운영되는 ‘창세마훈’ 캠프에서 교관이 11세 소년의 손을 뒤로 묶고 머리를 물에 반복해 밀어넣으며 수영 훈련을 시키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돼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엑스(X)
중국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군대식 훈련’을 시키는 캠프가 아동 학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캠프가 어린이들에게 ‘강한 의지력’을 키워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성행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폭력적인 훈련 방식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입에 칼 물고 포복하는 ‘악마의 훈련’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창세마훈(創世魔訓)’이라는 캠프에서 어린이들에게 수영 훈련을 시키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상에서 교관은 야외 수영장에서 11세 소년의 양손을 등 뒤로 묶은 채 소년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물에 밀어넣으며 걸어갔다. 소년은 교관의 손에 이끌려가며 물 속에서 발차기를 했다. 힘에 부친 소년의 동작이 느려지자 교관은 “빨리! 빨리!”라고 소리쳤다.

캠프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물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도록 하는 훈련”이라면서 “수영장 물의 깊이는 90㎝로 어린이가 물에 빠질 위험이 없으며, 수질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매년 열리는 ‘창세마훈’ 캠프는 ‘악마의 훈련’이라는 이름답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소 가혹하다시피 한 군대식 훈련을 실시한다. 캠프가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흙탕물로 채워진 실외 수영장에서 포복과 잠수 등을 한다. 입에 칼을 물고 손에는 총을 든 채 포복을 하는가 하면, 흙탕물에 몸을 담그고 엎드려있는 어린이들을 향해 교관들이 물을 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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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서 운영되는 ‘창세마훈’ 캠프가 공개한 훈련 장면. 어린이들이 입에 칼을 물고 손에 총을 든 채 흙탕물 속에서 오리걸음을 하고, 흙탕물에 몸을 담근 채 교관들이 뿌리는 물을 맞고 있다. 양손을 뒤로 묶고 맨바닥을 기어가는가 하면,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통나무를 들어올리자 교관이 발로 통나무를 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시계방향으로) 창세마훈 더우인 캡쳐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서 운영되는 ‘창세마훈’ 캠프가 공개한 훈련 장면. 어린이들이 입에 칼을 물고 손에 총을 든 채 흙탕물 속에서 오리걸음을 하고, 흙탕물에 몸을 담근 채 교관들이 뿌리는 물을 맞고 있다. 양손을 뒤로 묶고 맨바닥을 기어가는가 하면,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통나무를 들어올리자 교관이 발로 통나무를 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시계방향으로) 창세마훈 더우인 캡쳐
어린이 여러 명이 함께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통나무를 들어올리는 훈련, 양손을 뒤로 묶은 채 바닥을 기어가는 훈련 등도 이뤄진다. 캠프 측은 이같은 영상에 “소년이 강하면 나라가 강해진다”, “어린이가 고생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마라. 사회는 아이를 더 힘들게 할 것이다”와 같은 제목을 달았다. 어린이들을 강당으로 집합시킨 채 “너는 게으르고 노력도 안 한다”고 꾸짖자 어린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영상도 있다.

해당 캠프는 매년 500~600명의 어린이가 참여하며 참가 기간에 따라 많게는 7000위안(약 132만원)의 참가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SCMP는 전했다. 캠프 소장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캠프에 보내 강한 의지력과 좋은 생활습관을 기르게 한다”면서 “모든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생중계해 부모가 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강한 의지력” 홍보하지만…“훈련 아닌 폭력” 비판캠프 측의 이같은 설명과는 달리 어린이에게 불필요한 훈련이자 ‘아동 학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SCMP는 “아이가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한다면, 이같은 훈련은 회복력을 길러주기는커녕 오히려 심리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한 심리치료사의 지적을 인용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도 해당 캠프의 훈련에 대해 “아이가 스스로 단련됐다고 느낄까? 아마 엄마 아빠가 보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할 것”, “난 이게 군사훈련인지 폭력인지 알고 싶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군대식 캠프는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들 캠프는 어린이의 스마트폰 중독과 산만함, 무례함 등을 지적하며 “독립심과 규율, 팀워크, 어른에게 감사하는 태도를 심어준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이들 캠프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아동 학대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SCMP는 덧붙였다. 2018년에는 산둥성의 한 캠프에서 13세 소년이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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