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앙정부 대응 조치 우려에
“후계자 계획 알리기 원치 않아”
美 의회 대표단, 망명정부 방문
中외교부 “내정 간섭” 강력 반발
달라이 라마 14세.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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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소규모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환생 준비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돕고자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티베트 망명정부 고위 관리는 “달라이 라마는 후계자 계획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환생을 검증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계승자로 지정되고 즉위할 수 있다. 텐진 가초는 두 살이던 1937년 이 시험을 통과해 14대로 인정받았고 3년 후 공식 즉위했다. 스물네 살이던 1959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베트를 점령하자 인도로 피신해 망명정부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라이칭더 대만 총통처럼 ‘분리주의자’로 규정하고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고령이라 환생을 준비할 시점이지만 중국 정부는 2010년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선정 시 중앙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달라이 라마가 누구를 후계자로 지명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달라이 라마가 1995년 11대 판첸 라마(티베트 불교 서열 2위)로 지정한 겐둔 치에키 니마(당시 6세)와 그 일가족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중국 공안들에 끌려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지금껏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이 라마가 후계자 문제를 언급하면 중국 정부와 티베트인들이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달라이 라마도 이를 잘 알기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클 매컬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은 18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수립된 인도 다람살라를 방문한다. 지난 12일 미 하원은 티베트가 옛날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내용의 ‘티베트·중국 분쟁법’을 통과시켰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미 의회 방문을 ‘내정 간섭’이라고 일축하며 “미국이 시짱(티베트)은 중국의 일부이며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2024-06-19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