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發 미중 갈등 격화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언급
홍콩 AFP 연합뉴스

물대포·최루탄·장갑차까지…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격화
홍콩 시민들이 24일 최루탄 연기가 가득한 시내 중심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홍콩 국기·국가 휘장 조례’(국가법) 제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수천명의 시위대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지역에 모이자마자 최루탄, 물대포, 장갑차 등을 동원했고 시위대 200여명을 체포했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를 들었고 2014년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쓰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인 초과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2만 5000홍콩달러(약 400만원)의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홍콩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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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3개 중국 회사·기관 수출거래 제한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홍콩보안법 초안이 공개됐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징역 30년형에 처해진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중국 전인대가 직접 이 법안을 만드는 데는 지난해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 반중 움직임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 주석은 “전인대의 국가보안법 직접 추진은 ‘일국양제의 죽음’과 같다”고 경고했다. 타냐찬 공민당 의원도 “홍콩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이라고 전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하늘이 中공산당 멸할 것”
마스크를 쓴 수천명의 홍콩 시민들이 24일 시내 중심가에서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홍콩 국기·국가 휘장 조례’(국가법) 제정을 막고자 ‘악법 반대 대행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22일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홍콩 주민에 대한 국가 안보 교육 강화를 골자로 한 홍콩보안법 초안을 공개했다. 중국 전인대는 홍콩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오는 28일 홍콩보안법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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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1일 “중국이 실제 움직임에 나서면 매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인 크리스 패튼도 “중국이 홍콩을 배신했다. 영국은 홍콩을 위해 (법 제정에 맞서)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성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세계 각국 정치인 186명 역시 공동성명에서 “홍콩보안법은 1997년 홍콩반환협정을 명백히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中 왕이“어떤 간섭도 용납 안 할 것”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미중 공동의 적은 코로나19”라며 “양국 대립으로 신냉전 시대가 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 반대하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다. 왕 국무위원은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정 불간섭은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으로 각국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대에 물러서지 않고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홍콩 시민 수천명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부터 완차이 지역까지 홍콩보안법에 저항하고자 ‘악법 반대 대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에 나섰고 200여명을 체포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5-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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