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달콤한 中 재개발 파티장엔 ‘7년 저항’ 농민공은 없었다

[World 특파원 블로그] 달콤한 中 재개발 파티장엔 ‘7년 저항’ 농민공은 없었다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10-04 22:46
수정 2016-10-0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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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도심 한복판에서 1만 5000명이 참석한 초대형 야외 만찬이 열렸습니다. 온갖 산해진미를 준비하기 위한 요리사가 무려 600명이나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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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티에 초대된 귀빈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바로 재개발 때문에 이주했던 이 지역 주민입니다. 연회장을 에워싼 고층 아파트들은 7년 전까지만 해도 허름한 판잣집과 다세대주택이었습니다. 주장(珠江)강이 휘감아 도는 이곳의 지명은 양지(楊箕)촌인데, 재개발이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곡절이 있었습니다.

2009년 광저우시는 아시안게임 개막을 1년 앞두고 양지촌 등 구도심 9곳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곳 주민이 반발했지만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양지촌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주부가 투신자살로 항의했고, 주민 200여명이 지명수배될 정도로 격렬한 시위가 연일 이어졌습니다. 저항의 근원에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죠. 부패 관료들이 헐값에 땅을 개발업자에게 넘길 것이라는 불신 말입니다. 결국 광저우시는 주민들의 보상 조건을 다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2년이 지나서야 철거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투쟁 7년 만에 새집으로 돌아온 주민들에겐 ‘대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 땅값이 5만 6000위안(약 925만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이주됐던 1496가구는 평균 4채의 아파트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한 가구당 1000만(약 16억 5000만원) 위안 정도가 돌아간 셈이죠.

중국인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판자촌 주민들의 달콤한 재개발 파티를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살던 세입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도하는 언론은 없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재개발 지역에서 실제로 거주하는 이들은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양지촌은 광저우로 온 시골 농민공들이 맨 처음 정착하는 곳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양지촌 판자촌에서 새우잠을 자던 농민공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10-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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