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인도 여대생 시위 주도했다며 교도소에 한달째 수감

임신한 인도 여대생 시위 주도했다며 교도소에 한달째 수감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5-12 09:11
수정 2020-05-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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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인도 수도 뉴델리의 남동쪽에 있는 여대생 사푸라 자르가르(27)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 것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 대학인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자르가르는 지난달 10일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고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는 남편이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털어놓았다. 19개월 전 결혼한 부부는 일주일 전에야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멀미 증세도 있었고 늘 무기력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델리 경찰서의 테러 사범들을 가두는 특별 감방에서 왔다며 델리 중심가에 있는 자신들의 사무실에 임의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무슬림들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많은 반발을 샀던 영주권 개정 법(CAA) 반대 시위에 얼마나 깊숙이 연루돼 있는지 심문하겠다고 했다. 몇 시간 동안 심문한 뒤 경찰은 자르가르를 밤 10시 30분쯤 체포했다.

그렇게 한달 동안 그녀는 델리의 과밀한 티하르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봉쇄되고 정부에 자문한 이들조차 임신 여성은 특히 감염에 취약하다고 조언했는데도 여전히 풀려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주어진 혐의는 불법 행동 예비법(UAPA) 위반인데 보석 석방이 거의 불가능하게 규정돼 있다. 체포된 뒤 딱 두 차례, 남편과 변호인과 5분 정도 전화 통화했을 뿐이었다. 면회도 서신도 코로나19를 전염시킨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자르가르는 지난 3월 25일 인도가 국가 봉쇄에 들어간 뒤 수감된 무슬림 학생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데 정부가 언론 자유와 체제 반대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악용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학생 조직인 자미아 협력 위원회(JCC)를 이끌어 델리 북동부의 대학생 시위를 조직했다. 여동생 사미야는 “아주 배짱 있고, 솔직하고, 주관이 뚜렷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무슬림들이 위주인 53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목숨을 잃은 2월 시위를 주모한 인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2월 항거와 관련해 체포된 사람만 800명에 이르는데 수십 명은 봉쇄령을 틈타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인도의 코로나19 감염자는 7만 768명으로 세계에서 13번째로 많다. 사망자는 2294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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