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왼쪽)와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UCLA 캠퍼스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손에 든 친이스라엘 시위대 수백 명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모여 있는 잔디밭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팔레스타인 전통 복식인 카피예(체크 무늬 스카프)를 두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들을 막으며 대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양측은 서로 코 앞에 얼굴을 맞댄 상태로 고성을 내지르고 밀쳤다가 뒤로 물러서길 반복했다. 다만 이날 대치로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대학 측도 이날 양측 시위대 사이 설치돼 있던 분리시설이 뚫리고 물리적인 다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낸 성명에서는 “UCLA는 평화적 집회의 장소로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오늘 같은 폭력이 발생해 가슴 아프다”고 사태 격화를 우려했다.
앞서 LA 지역에선 지난 24일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캠퍼스에서 가자 전쟁 반대를 외치며 텐트 농성을 벌이던 학생 등 93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전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미주리대 워싱턴 캠퍼스에선 시위 학생 등 100여명이 체포됐고 캠퍼스가 폐쇄됐다. 이날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에서도 시위대 102명이 체포됐으며 경찰은 학생들이 교내에 설치한 텐트촌을 철거했다.
지달 18일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며 텐트 농성을 벌이던 학생 108명이 연행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미 전역 대학에서 체포된 학생 수는 800명을 넘었다.
백악관은 ‘평화 시위는 존중하나, 반유대주의 언행은 비판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선 의견이 엇갈리며 각각 내홍이 커지고 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최근 들은 반유대주의 언어를 절대적으로 규탄한다. 혐오 발언이나 폭력 위협도 확실하게 규탄한다”고 선을 그었다.
진보 성향이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민주당 존 페터먼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이날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시위는 위대한 미국의 가치지만, 하마스를 위해 소형 텐트에서 사는 것이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성향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전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시위대의 압도적 다수는 우파 극단주의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기계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데 지쳤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시위대의 반유대주의 구호 등을 문제 삼으며 대학의 시위 통제, 주방위군 투입까지 거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