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피해 기금 ‘역사적 합의’했지만… 재원·운용 구체적 방안 부재

기후피해 기금 ‘역사적 합의’했지만… 재원·운용 구체적 방안 부재

이슬기 기자
입력 2022-11-20 22:10
업데이트 2022-11-2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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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손실과 피해’ 기금 합의

세부사항 논의 임시위원회 설치
내년 COP28서 기부할 국가 권고
NYT “향후 주요 장애물은 중국”
2009년 코펜하겐 합의도 공염불
이번에도 선진국 참여 보장 없어

‘석유·천연가스 사용 감축’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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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식에서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앞줄 왼쪽 세 번째) 이집트 외무장관이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합의안을 발표하자 각국 대표단이 기립 박수를 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 로이터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식에서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앞줄 왼쪽 세 번째) 이집트 외무장관이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합의안을 발표하자 각국 대표단이 기립 박수를 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 로이터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극적으로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의명분은 도출됐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까지는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분석이 많다.

매년 잦아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각국의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을 지칭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의제는 이번 COP27 총회 내내 뜨거운 화두였다. 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는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분투했고,그 여정은 오늘 샤름엘셰이크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이뤄 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기후재앙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결합되면서 전 세계적인 식량난과 에너지위기로 개발도상국들은 총회 내내 피해 보상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올 6월 국토의 3분의1이 물에 잠기는 최악의 대홍수를 겪었던 파키스탄이 134개 개도국 그룹을 주도하며 피해 보상 촉구의 선봉에 섰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등의 섬나라들도 선봉장이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기존 자금의 전용을 주장하며 새로운 기금 마련 방안에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다 18일 유럽연합(EU)이 중국 같은 경제대국과 대규모 배출국을 잠재적 기부자로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기금 조성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어렵사리 기금 조성 자체에는 합의했으나, 보상 기준과 주체·객체 등의 각론을 놓고 향후 격론이 예상된다. 내년 11월에 열릴 COP28에서 24개국 대표로 구성된 임시위원회가 어떤 국가가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인지 권고할 때까지 상당한 힘겨루기가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향후 넘어야 할 주요 장애물로 중국을 지목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유엔에 의해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모순적 국가라는 점에서다. 미국과 EU가 중국의 기금 재원 역할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 같은 ‘선진국 대접’에 격렬히 저항해 왔다.

또한 예년 사례에 비추어 선진국들이 기금에 돈을 내리라는 보장도 없다. NYT는 “2009년 코펜하겐 합의에서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의 기후기금을 내겠다고 합의했지만 공염불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도 기후 원조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해 신규 자금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올해 총회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발전뿐만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슬기 기자
2022-11-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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