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전랑(戰狼) 외교’로 선회한 중국...“지도부 코너 몰려” 분석도

코로나19에 ‘전랑(戰狼) 외교’로 선회한 중국...“지도부 코너 몰려” 분석도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5-20 15:39
업데이트 2020-05-20 15: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공격적 전량 외교에 중국인 자부심 ‘열광’
이미지 확대
중국 ‘전랑 외교’의 선봉에 선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톻해 우한 바이러스는 미국에 의해 유입됐다는 글을 게시하는 등 공세적인 주장을 펴고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전랑 외교’의 선봉에 선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톻해 우한 바이러스는 미국에 의해 유입됐다는 글을 게시하는 등 공세적인 주장을 펴고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코로나19로 난타당하자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 목소리가 공격적으로 변한 ‘전랑(戰狼)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 내부 지향적으로 변하는 동안 중국이 자국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것은 덩샤오핑이 남겼던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의 ‘로키 전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런 기조의 외교 노선에 대해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중국판 람보 영화 ‘늑대 전사’에 비유해 전랑 외교로 부른다.

고압적 중국 대사에 주재국 “항복 요구” 반발

중국은 지정학적 라이벌 미국에만 공격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에 주재하는 루사예 대사가 지난달 현지 매체에 “미국이 주장할 때마다 프랑스 매체는 하루 이틀 뒤에 보도한다”며 “그들이 늑대와 함께 울부짖고, 중국에 대한 거짓말과 루머로 큰 소란을 피운다”고 일갈했다. 중국 우방인 베네수엘라 의원들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자, 베네수엘라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런 의원들을 ‘정치 바이러스’라고 되받아쳤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를 부정하는 체코의 즈데니에크 흐리브 프라하 시장에 대한 보복으로 프라하 오케스트라의 중국 14개 도시 순회 공연도 돌연 취소시켰다. 고압적인 중국 대사관은 “정책 변경”을 요구했으나 흐리브 시장은 “항복하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스리랑카에 있는 중국 대사관은 중국 정부에 대해 “저급”하다고 비판한 스리랑카 활동가의 발언에 반발, “팬데믹에 중국 사망자는 오늘까지 3344명, 서방의 ‘고급’ 정부보다 훨씬 적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무기는 상대 역습하는 트위터… 보복도 이어져
2017년 4월 20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영화 ‘전랑2’ 포스터 앞에 있는 극장 직원들. 코로나19로 전세계로부터 난타당한 중국이 외교 노선을 그동안의 로키 전략에서 상대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역습하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바뀌면서 중국 매체들이 ‘전랑 외교’라고 부르고 있다. AP 자료사진
2017년 4월 20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영화 ‘전랑2’ 포스터 앞에 있는 극장 직원들. 코로나19로 전세계로부터 난타당한 중국이 외교 노선을 그동안의 로키 전략에서 상대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역습하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바뀌면서 중국 매체들이 ‘전랑 외교’라고 부르고 있다. AP 자료사진
전랑 외교의 무기는 트위터를 통한 여론전이다. 지난 2월 ‘파워 트위터리안’ 자오리젠이 외교부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트위터를 달구고 있다. 62만 팔로어를 거느린 그는 코로나19는 미군에 의해 중국으로 유입됐다는 트윗을 날렸다. 중국 외교관들의 트위터 계정은 지난해 38개에서 최근 파악된 것이 137개로 급증했다.

전랑 외교는 보복 행동으로 이어진다. 지난 2월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어선 침몰, WSJ 등 미국 기자 추방, 코로나19 기원지 조사를 요구한 호주에 대해 소고기 수입금지 조치 등이 그런 맥락이다.

반중 정서 자극… 협상국가 차이나 리스크 감안

전랑 외교가 중국을 상대하는 국가들이 경제적 보복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주재국 국민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등의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지난주 네덜란드국제관계연구소(NIIR)가 낸 보고서에서 “도발당했을 때 진흙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도부가 코너에 몰렸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지낸 유안난셍은 “외교가 여론에 볼모로 잡힐 때 참담한 결과가 야기된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한다”고 일갈했다. 국익을 지키는 것과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에 균형을 잡는 것이 중국 외교의 과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