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7.17
러시아 대통령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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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저자세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친트럼프’ 성향으로 여겨지는 폭스뉴스 앵커가 진행한 인터뷰였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미러 정상회담 뒤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리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월리스는 영국에 있던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기도 사건, 러시아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의 2015년 암살 사건 등을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은 왜 그렇게 많이 공격을 받았나”라고 물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선 우리 모두가 많은 정치적 라이벌을 갖고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많은 정치적 라이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월리스는 푸틴의 답변 도중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콕 집어 질문했다. “하지만 그들이 죽음으로 끝을 맺진 않는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암살됐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흑인 인권운동 목사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를 거론하며 ‘우리 모두 고유의 국내 문제들을 갖고 있다“고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국가로서 러시아는 성숙해지는 중이고 일부 부작용도 있다”며 “스크리팔 사건의 경우 최소한 그에 관한 문서나 증거를 받아봤으면 좋겠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준 적이 없다.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의혹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인터뷰에 대해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모든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하길 거부했지만, 다행히도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리스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케이블 채널의 진행자가 푸틴 대통령과 능숙하게 언쟁을 벌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애써 무시했던 문제들에 대해 푸틴 대통령을 몰아붙였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